“창업하려면 한두 푼 드는 게 아니거든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해요. 물론 어느 정도 관리감독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일단 자금 지원을 했으면 믿어줘야 하거든요. 대신 자금을 부적절하게 쓴 기업은 엄벌하면 되죠. 이런 사소한 부분만 개선돼도 창업 붐이 금방 일 거라고 생각해요.”
100억 원의 빚을 갚아나가며 창업한 박성민(44) 집닥 대표가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에 관해 제언했다. 공사판 막노동부터 건설회사, 시행 분양 대행사, 이커머스 창업 등을 거쳐 숱한 실패를 반복한 그는 현재 누적 투자액 65억 원의 유망한 스타트업 대표다. 박 대표의 어깨엔 이제 빚 대신 110명의 정직원과 600개의 인테리어 파트너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자리한다.
21일 서울 강남구 집닥 본사에서 만난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았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는 여타 스타트업 대표들에 비해 투박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섬세한 언어를 구사했다. 창업 이전 겪었던 역경부터 정부를 향한 바람까지, 짧은 시간에 방대한 이야기를 정확하게 하려 애썼다.
2015년 7월 설립해 8월부터 서비스한 집닥은 누적 거래액이 2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달 기준 한 달간 견적 문의 건수는 8000건 정도다. 지금에야 하루에도 수많은 문의가 쇄도하지만, 서비스 초기에는 박 대표가 직접 영업을 뛰었다. 시공 현장에도 찾아가 포댓자루를 날랐다. 박 대표는 “서비스 오픈 첫날 딱 한 건의 문의가 왔다”며 “건설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니 현장을 보고 ‘3000만 원이면 되겠다’고 말한 뒤 그 금액에 맞춰서 해줄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11년 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그는 반지하 월세방에서 창업을 준비했다. 건설회사, 시행사, 시행 분양 대행사 등에서 일했던 그는 인테리어 업계의 정보 비대칭이 문제라고 생각했고, 창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인테리어로 세상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회고했다.
고객들이 리모델링이나 시공을 할 때 낯설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에 관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정보 비대칭이 있고, 최소 서른다섯 살이 되어야 대출받아서 집을 사는데 그때 처음 집을 인테리어하니 생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테리어 사기가 횡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착안해 집닥은 업계 최초로 공사 완료 뒤 하자보수를 3년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파트너사가 제공하는 1년 A/S에 집닥에서 2년을 추가 지원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평균 10년 이상 경력자가 현장을 관리하는 ‘안심집닥맨’, 공사를 진행하며 불만족스런 상황을 재시공으로 해결해 주는 ‘안심품질재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해 놓았다.
빚더미를 헤치고, 성공 가도를 밟는 스타트업 대표로 거듭난 박 대표에게 창업 조언을 구했다. 그는 “오직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커머스, 시스템통합(SI) 업체 등을 창업해 쓴맛을 본 박 대표는 “그때는 돈을 벌려고 했다”며 “‘이 정도 싸게 팔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하니까 고객이 모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고객이 불편해하는 것을 해결해주는 것을 만들어내면, 오지 말라고 해도 소비자들은 온다”며 “과거의 나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은 신용불량자가 되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그는 실패를 경험한 사업가들을 위해 얼마 전 무료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3월 29일 경남 통영시 죽도에 있는 재기중소기업개발원 연수원에서 재도전 중소기업경영자 힐링 캠프 수료자 40여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박 대표는 자신도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재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험담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도 그의 재기를 뒷받침한 동력이다. 2017년 ‘도전 K-스타트업’에서 우수상을 받아 기술보증과 재도전 성공 패키지를 지원받았다.
그는 정부의 창업 지원에 관해 “과거에 비하면 엄청 나아진 것 같다”면서도 좀 더 과감할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사무실 책상, PC 등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중고로 싸게 거래하거나 지인에게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 창업 지원 자금을 투명하게 써야 한다는 이유로 거래 업체가 제한된다는 점 등이다. 그는 “친구한테 1000만 원을 빌려줬는데 쓸 때마다 영수증 들고 오라고 하면 피곤하지 않겠냐”며 “자금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데도 이를 일일이 소명해야 해서 비효율적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지원금을 엉큼하게 쓰는 사람에겐 형사처분 등 엄벌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