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 경제학부 교수
분산원장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채권 발행은 기본적으로 채권의 발행 및 유통시장의 효율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구체적으로, 스마트 계약을 이용하여 자동화 계약 시스템을 구축하면 주관 기관을 비롯한 중개자 수를 축소하여 발행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유통시장에서는 이전 및 청산 속도를 늦추고 거래 절차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징 외에도 이번 채권 발행은 크게 두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첫째, 공개형 블록체인상에서 채권을 발행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세계은행이 발행한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채권인 ‘본드아이(Bond-I)’는 폐쇄형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이미 전 세계 금융기관은 오랜 기간 거래 상대방과의 신뢰를 구축해 오면서 서로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공개형 블록체인에서는 전통적인 은행의 역할이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 등으로 금융권에서는 폐쇄형 블록체인을 활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폐쇄형 블록체인이 선호되고 있는데, 퍼블릭 블록체인은 금융에서 데이터 프라이버시, 확장성, 법률적 책임, 결제 완결성 등에 약점을 갖는다. 실제 금융 분야 블록체인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도 폐쇄형 블록체인 플랫폼인 코다 플랫폼(Corda Platform)을 만들고 테스트 중이다.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소시에테제네랄은 퍼블릭 블록체인인 이더리움을 활용한 채권을 발행했다. 지금의 금융권에서는 폐쇄형 블록체인이 적절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채권거래는 일반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기존 금융기관의 역할은 제한 및 변화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향후에 퍼블릭 블록체인이 활용된다는 것은 금융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등장을 의미한다.
둘째, 토큰화 증권(tokenized securities)이라는 점이다. 이번 채권 발행은 은행이 보유한 모기지대출을 기초로 하는 커버드본드 발행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첫 번째 사례로 일종의 증권형토큰공개(STO, Security Token Offering)에 해당한다. 사실, 토큰화(tokenization)는 부동산 또는 미술품 거래에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아파트에 대해 블록체인상에 5만 개의 토큰을 발행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발행 당시 1개의 토큰 가치는 1만 원이며 0.002%의 아파트 지분을 갖는다. 즉, 토큰화를 통해 거액의 아파트나 미술품에 대한 소유권을 아주 작게 쪼갤 수 있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는 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어 모험자본의 모집이 용이하고 구매한 토큰은 거래소 매매를 통해 쉽게 유동화할 수 있다. 주식 및 파생상품에도 이러한 토큰화 증권을 적용하게 된다면 발행에서부터 유통과정까지 자본시장 전반의 새로운 금융혁신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번 채권 발행이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채권 발행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세계은행의 최초 발행 이후 11월에는 아랍에미리트의 알 힐랍 은행이 수쿠크(Sukuk) 채권 발행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하였다. 그리고 올 2월에는 스페인 BBVA은행이 그린본드 발행에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적용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멕스(BitMEX)가 단기 비트코인 채권 발행 가능성을 밝혔으며, 아프가니스탄, 튀니지, 우즈베키스탄 등 개도국 정부도 비트코인 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난 극복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블록체인 기반 채권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정부의 금융혁신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이미 새로운 금융혁신으로 자리 잡은 블록체인과 채권의 결합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