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대상선을 대상으로 경영 실사에 나선다. 현재 실적 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관리종목 지정’이라는 악재를 막기 위해 선제적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등 현대상선 채권단은 3분기 중에 현대상선의 실사에 나선다. 채권단 관계자는 “최근 영구채 발행을 통해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지만, 실적 악화가 이어져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실적, 업황 등을 종합하면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대상선의 당기순손실이 최근 2000억 원 안팎이었던 점을 근거로 추산하면 당장 3분기 현대상선의 자본잠식률은 50%를 훌쩍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동안 실적 개선이 어려울 전망이라 추가 자금 지원 없이는 연말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긴 어려울 것을 보인다.
1분기 현대상선의 자본총계(지배기업 소유주 귀속)는 8403억 원, 자본금은 1조5783억 원 수준이다. 순자산이 자본금보다 7000억 원가량 부족한 셈이다. 자본잠식률은 46.8% 수준이다. 실적 악화에 따라 커진 손실을 자본으로 메우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16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당기순손실의 누적액인 이익결손금도 3조5892억 원까지 불어났다.
최근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자본잠식 악화를 막기 위해 현대상선이 발행한 1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절반씩 인수했다. 덕분에 상반기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자본잠식률을 고려해 자금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에 당장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채권단이 현대상선에 투입한 지원금은 총 3조1000억 원에 달한다.
앞서 삼일회계법인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2022년까지 현대상선의 자금 부족이 최대 6조3723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