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하 안진)과 세무법인 화평(이하 화평)이 티브로드의 법인세 관련 업무를 맡았다가 ‘오락가락한’ 회계처리로 9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
티브로드는 이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안진에 5000만 원을 화평과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화평은 이와 함께 6억5000만여 원도 배상하게 됐다. 고의로 의무를 게을리해 중과실을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안진이 오락가락한 회계처리를 한 이유가 고의에 가까운 부주의와 함께 티브로드의 법인세 관련 업무를 맡은 3개 회계법인이 모두 다른 의견을 낸 점도 한몫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안진은 2014년도부터 2016년까지 티브로드의 외부감사업무와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액 신고를 위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등의 업무를 맡았다.
안진은 티브로드가 2015년과 2016년 전환우선주에 대한 배당금 총 31억여 원을 지급한 것을 자본으로 보고 관련 비용을 이익잉여금의 처분으로써 손금에 산입하지 않은 회계처리 및 세무 조정을 했다.
이 판단은 옳았다. 그러나 안진은 2015년 8월 티브로드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회계법인인 B의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전환우선주는 자본이 아니라 금융부채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판단을 바꿨다. 배당금을 포함한 전환우선주 관련 비용을 손금에 산입한 세무조정 자료를 작성해 티브로드와 화평에게 제공했다.
2017년부터 티브로드의 외부감사와 법인세 조정 및 신고를 담당하게 된 회계법인 C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티브로드는 C의 의견에 따라 지난해 1월 관련 비용을 손금 불산입해 법인세와 지방소득세를 수정 신고, 납부했다. 이 과정에서 가산세가 9억 원가량 발생했다.
티브로드는 안진과 화평에게 이 가산세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를 제기했다. 안진은 가산세가 발생한 것에 대해 “중과실이라고 볼 수 없고 티브로드와 체결한 세무용역 계약에 따라 면책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안진이 법인세 신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언할 의무를 게을리한 것은 중대한 과실”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은 세무용역계약에서 정한 한도(보수액)인 5000만 원으로, 화평과 공동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한정했다. 화평은 6억7530만 원을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