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감금 트라우마' 교섭장 바꿔달라...노조, '고의로 임금협상 지연' 주장
한국지엠(GM) 노동조합이 사측과 임금 협상 교섭 장소와 관련해 갈등을 빚으며 쟁의권 확보에 나선다. 노조는 절차에 따라 파업할 권한을 얻게 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오는 12일 간부합동회의를 열어 '노동쟁의 발생 결의'와 '중앙쟁의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안건으로 다룬다고 10일 밝혔다.
노조는 지난 30일 시작하기로 한 임금협상 단체교섭이 일주일 넘게 이뤄지지 못하자 쟁의권 확보에 나섰다. 사측이 그동안 단체교섭 때마다 사용한 교섭장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며 교섭을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국GM 사측은 교섭 장소를 기존에 사용하던 본사 복지회관동 건물 노사협력팀 대회의실에서 본관 건물 내 회의실로 바꿔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기존 교섭장에서 진행된 협의 도중 회사 임원진이 노조원들에게 감금된 사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측은 이에 출구가 여러 곳인 장소로 교섭 장소를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의 주장이 시간끌기용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안전상의 이유로 교섭장을 교체해달라고 한다"며 "시간을 보내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가 이번 회의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하면 중노위는 노사 간 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조정이 이뤄지지 못하면 중노위는 조정중지 또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린다.
노조 측은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조합원 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GM 노조가 쟁의권 확보에 나선 건 올해 들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4월 한국GM 연구개발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노조는 단체협약 개정과 관련해 사측과 갈등을 빚으며 쟁의조정신청, 조합원 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이후 천막 농성과 선전전에 나섰지만, 파업 수준의 고강도 쟁의 단계는 밟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