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디지털 과세 관련 규칙 정하기로 합의
9일(현지시간) 폐막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2020년까지 거대 IT 기업에 물리는 ‘디지털 과세’ 관련 통일된 규칙을 정하기로 합의했다.
‘디지털 과세’는 구글,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애플 등 거대 IT 기업들의 조세 포탈을 방지해 공정과세를 실현하자는 취지다.
구글,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애플 등 4대 IT 공룡을 뜻하는 ‘가파(GAFA)’ 기업들은 국경을 초월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율이 낮은 국가에 본사를 두거나 장부상 이익을 집중시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거대 IT 기업의 납세액이 적은 것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 불평등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디지털 과세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과세는 영업을 하는 곳이 아닌 가치를 창출하는 곳을 기준으로 기업에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며 “매력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한 국가에도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국제적 과세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그 방식을 두고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물리적 시설 없이 온라인 매출을 올리는 국가에서도 과세하는 방안, 법인세 최저세율을 정해 저세율국에 이익을 몰아 과세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서비스와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로 일정 세수를 이전토록 하는 문제가 다뤄졌다.
그러나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G20이 목표로 한 2020년 최종 합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가했다.
GAFA를 비롯한 IT 공룡들이 미국계 기업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과세 대상을 GAFA에 한정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공정한 대우’를 강조하는 등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한편, 현재 유럽은 실효세율이 23.2%인데 반해 디지털 기업은 9.5%로 절반인 점을 문제 삼아 독자 과세 방침을 추진해 왔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에서 IT 기업들을 대상으로 역내 매출의 3%를 과세하려던 ‘디지털세’ 도입이 무산되자 프랑스와 영국 등이 독자 과세 추진에 나선 것이다. 두 국가는 디지털 과세에 대한 G20의 합의가 나오면 독자적인 디지털 과세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