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제재 반사이익까지 얻을 경우, 수주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라는 삼성전자의 목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올 연말부터 퀄컴 차세대 모바일 AP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 기술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쓰는 7나노 공정이다.
퀄컴은 10나노 공정까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해 칩을 생산했지만, 지난해 첫 7나노 제품은 TSMC에 맡겼다.
그러나 퀄컴은 내년에 출시할 차세대 칩 생산 업체로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7나노 EUV 양산라인을 구축하며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갤럭시노트10에 탑재될 7나노 EUV 공정 자체 엑시노스 AP를 처음 출하 하며 공정 신뢰성도 인정받았다.
또 외신 등에 따르면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업체 엔비디아는 차세대 7나노 GPU를 삼성전자 EUV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가 오랜 파트너이자 세계 파운드리 1위인 TSMC 대신 삼성전자를 선택한 것이다.
엔비디아 주력 제품인 GPU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시대에 중요성이 커지는 반도체다. 삼성전자가 향후 4차 산업 시대 파운드리 영토를 확장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간 두 회사가 GPU 기술 협력을 지속해 왔기 때문에 파운드리 협력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팹리스 부문 협업에 나선 AMD가 삼성 파운드리의 새로운 고객사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AMD는 그동안 자신들이 설계한 중앙처리장치(CPU)와 GPU 위탁생산을 글로벌파운드리나 TSMC 등에 맡겼다. 하지만 글로벌파운드리가 지난해 7나노 공정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AMD가 미세공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력을 맺을 것이란 소문이 반도체 업계에선 무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첨단 공정 칩 파운드리 고객사 가운데 애플,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삼성전자 고객이 됐다”고 설명했다.
거대 고객사를 얻은 삼성 파운드리와 달리 TSMC는 미·중 무역분쟁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TSMC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제품을 생산한다.
미국 정부의 제재에 글로벌 주요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를 끊었지만 최근 TSMC는 화웨이와의 관계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TSMC 본사에 직원을 파견해 조사를 벌이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화웨이와 거래관계가 없기 때문에 미·중 무역 분쟁에서 자유롭다”며 “단기적으로는 일부 미주 고객들이 파운드리 업체로 TSMC보다 삼성전자를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