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홍춘욱 박사 “단기투자 부르는 과잉정보...주식시장 성장 걸림돌”

입력 2019-06-10 18:1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17년간 개인 순매수 성과 ‘-7%’...투자정보 우선순위 판별 관건”

▲‘돈의역사’의 저자 홍춘욱 박사가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개인은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지 판별하기보다는 내가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착각해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들의 투자 패턴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유럽을 제패한 황제,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속절없이 패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혁명이 왜 청나라가 아닌 영국에서 시작됐고, 세계 최초 주식회사가 네덜란드에서 출범했을까.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돈’이 있었다. 6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이어가고 있는 ‘돈의 역사’는 세계의 역사를 경제학 관점에서 설명한다. 저자는 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 홍춘욱 박사다.

홍 박사는 몇 달 전까지 여의도 증권가를 대표하는 애널리스트였지만 현재는 10여 권을 집필한 어엿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 밖에도 유튜버, 블로거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이후 한국금융연구원, 국민은행, 국민연금, 키움증권 등 대표적인 금융기관에서 27년간 이코노미스트 생활을 했다.

그는 “사실 ‘돈의 역사’의 경우 집필 기간은 한 달이 안 걸렸다”며 “1999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나 경제 데이터, 자료들을 백업해뒀는데 그중 50개 정도를 추려서 이번에 책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 기간은 20년이 걸렸지만 글을 쓴 건 2주밖에 안 걸린 셈”이라며 “쉽게 쓴다고 썼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해당 콘텐츠를 유튜브를 통해서도 공개하고 있다.

작가로서의 삶에 가족의 영향도 컸다. 홍 박사는 “가장 중요한 독자는 가족인데 사학을 전공한 나와 비슷하게 고등학생인 아들도 ‘역덕(역사 덕후)’이다”며 “때때로 저녁에 ‘아빠, 그거 알아?’하고 자기가 알아낸 것을 이야기하는 등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동영상 편집도 아내가 해준다”며 미소를 보였다.

또 “증권사 재직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기상시간이 4시간 차이가 나는데, 당시엔 새벽 4시에 기상해 미국 증시를 확인하고 데일리 리포트를 쓰곤 했다”며 “지금은 아이들 학교와 학원을 데려다주고 아내와 산책과 요리를 하는 등 백수의 삶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또 “모닝커피를 마시고, 칼럼이나 원고를 쓰고 동영상 촬영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로서 바라본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자본시장 발달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면이 좀 있다고 본다”며 제도와 과잉 정보를 지적했다.

홍 박사는 “우리나라 상속세가 지배 주주 기준으로 보면 65% 정도인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문제는 재산이 적은 사람들은 상속세를 잘 내지만 정작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합법적 절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상증자나 신주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절세를 하고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보 격차 속에서 손해를 보는 패자도 발생한다”며 “돈을 다 가진 이들에게 세금을 걷으려면 OECD 기준으로 세율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배당에 대해서도 “이전엔 고배당기업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특례라고 해서 대주주라 하더라도 일반주주들에 비해 세율이 높지 않았다”며 “해당 조항이 2017년 폐지되면서 배당을 통해 회사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을 거부하는 기업들이 생기면서 배당주 성과도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만들고, 자본시장을 중산층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는 배당을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과잉 정보 문제도 짚었다. 홍 박사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게 매매회전율”이라며 “거래세가 있고 거래수수료가 높은 나라는 많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투자자들이 단타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 너무 많은 정보가 유입되니까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 즉 정보 우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통제 착각’에 빠지는 것이 문제”라며 “그러나 최근 17년간 거래주체별 순매수 상위종목의 성과는 개인이 -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홍 박사는 “반면 외국인의 수익률은 40%에 가까운데 이들이 기업 내부자들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빼내 성과를 얻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결국 기업분석 능력이 뛰어난 거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개인은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지 판별하기보다는 내가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착각해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한편 향후 집필 계획에 대해서는 “이번에 세계 금융시장을 다뤘기 때문에 다음에는 한국의 금융시장을 다루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들의 성과는 왜 이렇게 부진하고, 주식시장 수익률은 왜 이렇게 춤을 추는지, 한국 주식시장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을 담을 계획”이라며 “역사의 맥락 속에서 투자자들은 투자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박사 학위도 따고, 애널리스트 생활도 오래 해서 이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성취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좋은 책의 작가로, 남에게 추천되는 책을 쓰는 작가로, 베스트를 넘어 스테디셀러 작가로 인식 되는 것이 글쟁이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