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합병 실패 後...시험대 오른 FCA 맨리 CEO

입력 2019-06-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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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르노와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마이크 맨리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FCA)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FCA의 향후 사업 전망에 의구심이 커진 가운데 새로운 파트너십을 모색할지 여부 등 맨리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여름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가 지병으로 별세하면서 그의 뒤를 잇게 된 맨리는 취임하자마자 마르치오네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침체된 FCA 내부의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주력했다. 특히 FCA의 활로 찾기에 주력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르노와의 합병이었다.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규모의 경제’를 살려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르노를 통해 다소 부진한 유럽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자 했다.

그러나 르노와의 합병은 제안한 지 열흘 만에 물거품이 됐다. FCA는 6일 르노 이사회가 합병을 거부하자마자 바로 제안을 철회했다. 르노 지분 15%를 보유한 대주주 프랑스 정부가 사사건건 토를 달며 과도하게 간섭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르노와의 합병이 틀어지면서 맨리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시장은 벌써부터 FCA가 또 다른 파트너를 찾을 것인지, 아니면 르노와의 합병 테이블로 복귀할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맨리는 7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마주하기 어려운 일이 때론 옳은 일일 때가 있다”며 합병 철회가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세간의 비판을 잠재우고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앞으로 맨리가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피터 카펠리 교수는 “합병 실패는 맨리에게 힘든 과제될 것”이라며 “사람들은 업무로 돌아가자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이번 일이 왜 성사가 안 됐는지가 듣고 싶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가장 시급한 것은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는 일이다. 자동차 판매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기차와 다른 새 기술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2018년 FCA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3% 증가한 36억 유로(약 5조 원), 매출은 4% 늘어난 1150억 유로였다. 그러나 올 1분기에는 순익과 매출이 모두 감소했다.

또 중국과 유럽에서의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도전에 맞서야 하고, 최고급 브랜드 ‘마세라티’ 등의 판촉에도 집중해야 한다. 유럽의 엄격해진 배출 기준을 맞추기 위해 늘어나는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스테판 리트만 애널리스트는 “맨리가 이 문제들을 얼마나 빨리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음 합병 파트너에게 FCA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맨리의 저력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맨리는 마르치오네 시절 FCA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지프’ 모델을 글로벌하게 성공시킨 게 대표적이다. 지프는 2009년만 해도 글로벌 판매가 30만 대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그 5배가 넘는 160만 대 이상을 기록했다.

▲ 연파랑:FCA 노랑:르노 출처:LMC오토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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