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가짜 장부 下] ‘편법 의무구매’ 알고도 정부는 뒷짐

입력 2019-06-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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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마련하지 않은 채 ‘법안’ 국회 표류 탓만…뒤늦게 직접생산품 사후검증 강화·평가지표 개선책 내놔

정부가 유통사의 난립으로 공공기관 의무구매 제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수년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대안책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직접 생산한 물건을 확인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다. 정부는 3년이 지난 2019년 6월에야 직접 생산품에 대한 사후 검증을 강화하고 구매 실적 평가지표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본지가 공공기관 15곳의 물품대장 내역을 분석한 내용과 사회적기업 관계자의 얘기를 종합하면, 편법으로 유통해온 기업들은 최소 5년 전부터 이들 기관과 거래를 시작했다. 전자상거래로 공식 인가를 받은 업체와 거래하면 경영평가 실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제조업체들도 유통사로 모습을 바꿨다.

이들이 공공기관 의무구매 제도의 실적을 잠식하기 시작하면서 민원이 제기됐고, 2016년 8월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공공기관이 사회적경제기업의 물품 또는 용역의 직접 생산 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적어도 정부는 이 시기에 직접 생산되지 않은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공공기관 경영실태 평가항목으로 들어가는 ‘사회적기업’, ‘여성기업’ 등은 이 제도를 신설할 법적 근거가 없다. 사회적기업 육성법과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 등 각각의 법은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태도를 설명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생산한 물건을 사야 한다고 하지만 이를 강제할 근거도, 편법으로 유통한 회사를 막을 방법도 요원했다. 정부 역시 법안 통과만을 기다릴 뿐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현재 공공기관 의무구매 대상 기업 중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직접 생산 확인제도가 있다.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보유한 업체만이 공공기관과의 수의계약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러한 근간이 담긴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제 제조능력이 없는 기업의 진입을 차단하고 사후 검증까지 할 수 있었다.

서형수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이 법을 일부 차용했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인증 기업의 직접 생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조사권을 갖고, 부당한 방법으로 직접 생산하지 않은 제품을 납품한 기업에 대해선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2018년 3월 고용노동소위에 상정된 이후 여전히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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