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 감사는 빅4 외 어려워
신외부감사법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이 다가오면서 재계에 회계법인 변경에 따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자율로 외부감사인을 6년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제도다. 내년부터 매년 220개 기업에 단계적으로 적용되는데 금융감독원은 이번 지정 대상을 선별해 11월에 확정할 계획이다.
14일 금융당국과 관련규정에 따르면 감사인을 지정하는 기업은 가~마 5개 군으로 분류된다. 가군은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인 경우 해당된다.
나군은 자산총액 1조 원 이상 5조 원 미만이다. 다군은 4000억 원~1조 원, 라군은 1000억~4000억 원 규모다. 마군은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1000억 원 미만인 기업이다.
기업 규모에 맞춰 회계법인도 가~마 5개 군으로 나뉜다. 증선위는 감리나 평가 결과를 고려해 회계법인이 속하는 군을 조정할 수 있다.
가군은 △공인회계사 600인 이상 △직전 사업연도 감사업무 매출액 500억 원 이상 △손해배상 능력 200억 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 감사대상 상장사 수 100사 이상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순서대로 △나군은 120인, 120억 원, 60억 원, 30사 △다군은 60인, 40억 원, 20억 원, 10사 △라군은 30인, 15억 원, 10억 원, 5사 이상 조건에 부합해야 된다.
마군은 감사인 지정이 가능한 그 밖의 회계법인으로 명시했다.
이 같은 기준상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은 국내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이 맡게 된다. 글로벌 시장 위치상 신뢰도 측면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사인 배정 규정상 기업 규모가 큰 곳은 빅4 중에 담당하게 된다”며 “삼성전자와 같은 큰 기업은 대외적 신뢰도 등의 이유로 빅4에서 감사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보다 낮은 단계는 회계법인이 10개 정도, 그 다음 단계는 20~30곳 정도 있다”면서 “기업이 원하는 경우 규정보다 높은 단계의 회계법인을 지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낮은 단계의 회계법인이 상위 단계 기업을 담당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회계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우 강제 지정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40년 넘게 감사를 맡아 산업 이해도가 높은 삼일이 아니면 정확한 업무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며 “회계펌이 바뀌어도 삼일의 삼성전자 담당팀 전문인력이 이직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귀띔했다.
한 중견 회계법인 대표는 “세계 73개국에 200개가 넘는 사업장을 보유한 거대 기업이라 제대로 파악하는 데만도 3년 정도가 소요된다”면서 “3년 후에 다시 감사가 회사 자율로 돌아가는데, 외국에서 대기업들이 한 회계법인을 오래 쓰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회계 선진국에서는 기업과 회계펌 간 신뢰를 바탕으로 수십 년 이상 관계가 이어진다. 일례로 제너럴일렉트릭(GE)은 KPMG와 100년 넘게 거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