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직장인에게 넥타이는 권위의 상징이다. 색과 디자인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노(No) 타이'는 소탈, 겸손, 소통의 상징처럼 비친다.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금융권에서 이대훈 NH농협행장이 넥타이를 푼 것도 이 때문이다. 핀테크의 혁신 눈높이에 맞춰 '디지털 금융'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소통을 위해 집무실도 옮겼다. 그는 19일부터 주 1회 서울 양재동에 있는 'NH디지털혁신캠퍼스'로 출근한다. 이곳은 농협은행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디지털 전용특구다.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활용해 농협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속화를 이루기 위해 설립됐다.
집무실 이름은 비행기의 조종석을 뜻하는 '콕핏'으로 지었다. 디지털 전략과 방향을 협의하고 조율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투명 문으로 둘러 싸인 콕핏 안에는 태플릿PC가 놓여져 있다. 간단한 결재와 업무만 보고 받는다. 대부분의 시간은 현장의 직원들과 함께 디지털 오피스 내 책상을 공유하며 자유토론, 전략 방향 등을 논의한다.
캠퍼스 내에서 그는 '은행장'이 디지털 익스플로러(Digital Explorer)로 불린다. 국내 디지털 금융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네이밍이다.
그는 첫 출근날 핀테크 기업과의 간담회로 업무를 시작했다. 간담회에는 NH디지털챌린지플러스 1기 33개 기업 중 학생독립만세, 엑스바엑스, 커넥서스컴퍼니, 사고링크, 닉컴퍼니 등 5개 기업 대표들이 참석해 경영상 애로사항, 건의사항, 농협은행과 사업연계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 은행장은 "앞으로는 디지털 금융의 경쟁력이 은행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수시로 직원들, 핀테크 기업들과 소통하며 디지털 금융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