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유망산업이라며 규제폭탄”… 토종게임 ‘팀킬’하는 정부

입력 2019-06-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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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게임산업

중소업체 ‘흥행대박 신화’는 옛말

中 공세·정부 규제에 WHO 날벼락

리스크 막을 힘도 없어 줄줄이 폐업

자국산업 역차별 해소 방안 찾아야

게임 시장에서 흔히 ‘게임’은 ‘복권’이라고 말한다. 잘 만든 게임 하나만 성공하면 10년은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벌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우스갯소리다. 소규모로 시작한 소형게임사들이 내놓은 게임이 대박흥행을 기록하며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능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국내 중소·인디게임사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PC온라인 게임 시장이 열렸고, 2010년대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이 성장했다. 최근 게임업계의 모습을 살펴보면 공격적인 개발과 광고마케팅을 진행하는 일부 대형업체들을 제외하고 뚜렷하게 두각을 보이는 신작이 없다. 여기에 중국 게임 산업이 국내 시장을 파고들며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어 중소·인디게임사가 경쟁을 펼칠 힘도 부족해 보인다.

◇게임업계 성장 막는 규제 벗어내야 = 국내 게임시장에는 2011년 11월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 시간을 규제한다는 내용의 ‘셧다운제’가 도입·시행됐다. 일정 시간 이후에는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외에도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몰입을 막는 다양한 규제가 얽혀있다. 성인까지 게임에 제약을 받는 ‘웹보드게임 규제’나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들이 게임산업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라고 강조해왔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게임산업이 미래 유망산업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중으로 성장을 막는 규제로 계속 때리고 있다”며 “게임업계 생태계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으로, 발전보다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달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에 등재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됐다. 국내 보건당국은 WHO의 결정을 토대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관리하기 위한 관련 기준 마련에 돌입했지만 정작 피해를 받는 게임 업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게임학회를 중심을 한 ‘공동대책위원회’에는 국내 대다수 게임업계가 힘을 보탤 정도다.

위정현 공동대책위원장은 “무너져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게임산업에 불을 질러 버린 격”이라며 “성장세가 꺾여서 무너져가는 상황에 이런 일이 터지면 충격이 크다”고 우려했다.

각종 다양한 규제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중소·인디게임사들이다.

대형업체에서는 타격을 막을 만한 노하우와 자금력이 있지만, 중소·인디게임사에는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각종 규제로 인해 게임 개발사를 운영하지 못하고 사라져버진 곳도 있을 정도다.

한 중소게임사 대표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규제 속에서 게임 개발에 올인하는 것은 어쩌면 내 인생을 올인하는 일”이라며 “게임산업을 억누르기만 하는 규제가 많은 한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혀있는 중국 판호 발급… 중소게임사에도 ‘악재’ = 현재 막혀있는 중국 시장 역시 국내 중소·인디게임사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3월 사드 보복조치로 인해 2년 이상 한국게임의 중국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중국 내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권한인 ‘판호’ 발급을 중단해 2년간 많은 게임들이 중국시장의 문을 두드려보지도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최대 시장으로 손꼽히는 중국 진출이 막히자 한국 대형업체들은 국내 서비스에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국내기업은 중국 진출이 막혔지만 중국 게임의 경우 한국으로 진출해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국내 중소·인디게임사들은 해외 진출도 수월하지 않고, 국내 시장에서조차 경쟁에서 밀리며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직원 15명과 함께 소규모 개발사를 이끌고 있는 A대표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개발진이 똘똘 뭉쳐 게임을 만들고 중국 쪽과 계약을 맺을 정도로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중국 진출이 막히고, 국내 시장은 포화되다 보니 자본력이 밀려 우리는 설자리를 잃어갈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설령 중국 판호발급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중소·인디게임사에는 ‘그림의 떡’이다. 업계에서는 판호 발급이 재개된다고 해도 경쟁에서 밀리는 중소형 게임이 우선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시 긴 대기시간을 버텨야 하는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인디게임사들은 이를 버틸 만한 버팀목이 부족한 상황이다.

A대표는 “국내 게임시장에서도 해외 게임에 대한 불공정한 규제를 막는 등 자국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마이스터고·게임전문학교 등 양성기관 설립 =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게임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2020년부터 게임콘텐츠 분야 마이스터고가 본격 운영된다. 지난해 교육부는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경기글로벌통상고를 게임콘텐츠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했다. 게임콘텐츠 마이스터고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지원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기획력을 갖춘 게임개발 인력을 양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 7월부터는 게임전문학교가 새롭게 운영된다. 게임전문학교는 문화부의 새 지원사업 중 하나다. 25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이 학교에서는 예비취업자 및 예비창업자 등 65명을 대상으로 2년간의 기업 연계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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