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영 국제경제부 기자
아무리 곳간이 넘치는 갑부들이라도 남을 위해 선뜻 사재를 턴다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할 터. 그들의 선행은 박수 받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갑부들의 선행에 감동만 하고 있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학생 대출금 총액은 1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 대출금을 안고 있는 학생 수만도 4400만 명에 이른다.
그런 이유로 일부 정치인들은 ‘무상 등록금’을 제안하고 나섰다.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017년 일부 상위계층을 제외한 가정에 공립대학 수업료를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지난달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공립대 수업료 폐지를 제시했다.
청년층이 학자금 부채에 시달리느라 결혼, 출산을 늦추면서 미국 경제를 위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가 빚을 나눠 지는 고민은 필요하다.
그런데 비용 조달을 고민하기에 앞서 대학이 제시하는 청구서는 문제가 없는 걸까. 미국 대학등록금은 1990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6%씩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에 해당한다.
대학들이 이처럼 거침없이 등록금을 인상한 배경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제위기로 고용이 줄자 학위를 따려는 수요가 급증했고 콧대가 높아진 대학들이 줄줄이 학비를 인상했다는 것이다.
갑부들의 선행도 정부의 학비 지원도 중요하지만 대학들이 내미는 학비의 근거를 따져 묻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바가지’ 요금을 물게 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