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국내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의 첨단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1건 당 90일’이나 걸리는 수출 심사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첨단 소재 3개 품목(TV·스마트폰의 유기EL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꼭 필요한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고순도불화 수소)를 한국으로 수출할 때 한 번 허가를 받으면 3년 간 유효했다. 하지만 지난 4일부터 이들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가 강화하면서 매 계약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규제 강화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수출품 액수와 수치 등을 적은 서류와 다양한 데이터 증명서 등을 첨부해 신청해야 한다. 또 대면 조사에서는 수출품이 무기로 사용되지 않는지, 제3의 기업을 거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증명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만 90일이 소요되며, 이 과정을 매 건마다 반복해야 해서 힘들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처로 일본 기업들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한국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점유율이 높은데, 이번에 규제가 강화된 3개 품목은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만약 부품이 부족해 한국 기업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 기업에서 반도체를 조달하는 일본 가전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일본 정부가 2단계 수출 규제 조치로 8월에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가능성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등 27개국을 ‘백색국가’로 정하고 있는데, 2004년에 포함된 한국을 대상 국가 중 처음으로 뺄 예정이다. 한국이 이 리스트에서 제외되면 화학소재, 전자부품, 공작기계 등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물품 중 상당수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일본 정부의 작위적 판단에 따라 건별 수출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다 일본 정부의 조치로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고조돼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지면서 일본 기업들의 불안은 커져만가고 있다. 한국의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일본산 맥주 등이 선반에서 사라지는 한편, 인터넷 상에서는 일본 여행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의 보복 조치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대응하자는 글이 올라와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