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WTO 이사회서 ‘일본 보복조치’ 부당성 공론화
한국과 일본이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 이사회에서 맞붙는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문제를 공론화, 한일 양국이 국제 사회에서 각자의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사실상 첫 라운드인 셈이다.
일본 NHK는 일본 정부의 첨단 소재 수출 규제 강화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9일 열리는 WTO 상품·무역 이사회에서의 의견 진술을 신청했다고 8일 보도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도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제네바(WTO) 현장에서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했다”면서 “회의가 열리면 우리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WTO 상품·무역이사회는 제네바에서 9∼11일 3일 간 열리며, 백지아 주 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9일 회원국들을 상대로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가 자유무역 원칙에 반한 부당한 조치라는 점을 집중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NHK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국 기업에 실제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정부로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요구한다”고 말한 건 이날 WTO 이사회에서의 진술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10일에도 한국 대기업 수장들과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가 미치는 영향 등을 들어본 후 WTO에 제소하는 절차를 수행하거나, 혹은 일본 정부와의 협의를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검토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내다봤다.
일본 측도 한국 측의 공세에 대한 반박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NHK는 일본 측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는 일본 안보 상 필요한 조치이며, WTO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른 회원국에 어필할 것으로 전망했다.
NHK에 따르면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는 군사 전용이 가능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으로부터 무역 관리 상 부적절한 사례가 여러 건 발견된 것이 주된 이유라며, 안보 상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측은 이번 조치가 ‘수량 제한’을 금지한 WTO의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한국 측의 주장에 대해, 안보 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예외로 되는 규정이 있어 규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방침이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9일 각료회의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이번 조치는 수출 관리에 필요한 검토이며,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의 ‘철회와 협의’ 요구에 대한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한국으로의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 4일부터 해당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는 이 조치가 수량 제한을 금지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11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규정하고 WTO 제소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WTO의 분쟁해결 절차는 1차적으로 분쟁당사국이 상대국에 대해 ‘협의’를 요청하고, 이를 WTO에 통보하면 공식적으로 개시된다. 10일 안에 피제소국이 응하면 30일 내에 협의를 개시하고, 60일 내에 협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만일 여기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제소국은 ‘패널 설치’를 요청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분쟁해결기구(DSB)’에 의해 설치되는 패널은 양국으로부터 서면 보고와 심리를 거쳐 사무국을 통해 잠정 보고서를 분쟁당사국에 보낸다. 보고서에 대해 당사국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서로 반박문을 보내고 재검토를 요청, 패널이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다. 그럼에도 불만이 있으면 상소할 수 있다. 패소국은 패널이나 상소기구의 권고나 이행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승소국이 피해에 상응한 ‘보상, 보복조치 승인’을 얻어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