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11일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개편안을 비롯한 비우호적인 규제 환경이 한국전력공사의 재무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집 S&P 이사는 “즉각적인 혹은 확정적인 손실 보전 대책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최근 하계 누진세 완화 결정은 한전의 재무부담을 심화시키고 있는 현재의 비우호적인 전력 정책 기조가 단기간에는 변경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러한 험난한 영업환경과 친환경 투자 확대로 인해 한전의 차입금은 2019~2020년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S&P에 따르면 발전단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전기요금은 2016년 이후 동결된 상태다. 정부는 주택용 전기요금의 여름철 누진제 완화를 권고했다.
S&P는 누진제 완화가 시행되면 한전의 연간 매출이 약 3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전은 이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내년을 목표로 요금제 개편과 할인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적시에 전기요금이 조정된 과거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과 한전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때, 유의미한 수준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되거나 요금 결정 방식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S&P는 보고 있다.
석탄 등 발전 원재료비 상승 및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민간발전사로부터의 전기구매 비중이 증가하면서 한전의 원가부담은 지난 2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 기간 전기요금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의 실적이 지난 2년 동안 크게 저하됐다.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6년 12조 원에서 2017년 5조 원으로 감소했다. 2018년에는 소폭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원전 가동률 정상화 및 비용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인상되지 않는다면 한국전력공사의 2019~2020년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 초 중반을 넘기 힘들 것으로 S&P는 예상했다.
연간 12~15조 원에 이르는 투자규모를 충당할 수준의 영업현금흐름 창출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차입금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S&P는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수익배분 구조와 일원화된 사업방향성을 고려할 때, 발전자회사들의 실적도 한전의 재무부담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이사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의 주요 전력사업자와 비교했을 때 한전의 수익성은 더 낮거나 변동성이 심한 편”이라며 “이는 투명성 및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한국의 현행 요금제도가 주된 요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의 전기요금제는 적정 원가와 적정투자보수를 반영해 요금이 설정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실제 요금이 원가에 직접 연동되어 있지 않으며 정기적으로 조정되고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S&P는 정부의 강력한 친환경 정책 추진도 시간이 지날수록 한전에 부담을 더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친환경 발전의 높은 원가, 상대적으로 불규칙한 전력 생산량, 공격적인 투자의 필요성 등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한전의 재무적 부담을 추후에 별도 보조금이나 요금인상 등을 통해 완전히 보상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고 S&P는 보고 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재무지표 약화는 현재 각각 ‘bbb’와 ‘bbb-’로 평가되는 자체신용도(stand-alone credit profile)의 유지 여력을 감소시킬 전망이다. S&P는 한전과 발전자회사에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등급을 부여해 해당 기관들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S&P는 “한전과 전기요금과 예산에 대해 정부가 최근 보여준 강한 영향력과 규제는 자체신용도에 부정적이지만, 한전이 정부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평가하는 S&P의 견해를 지지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