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적 리스크 최소화위해 법무법인 동원..."관계사 내용은 금감원 소관 아냐" 맞서
금융감독원이 한화생명 종합검사에서 ‘대주주 부당지원’에 대해 집중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생명이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금융감독당국과 수검 금융회사 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 측은 금융회사가 아닌 관계사가 관련된 내용은 한화그룹 차원의 사안이고,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17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한화생명 종합검사에서 △대주주·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대주주 불법 자금지원 △일감 몰아주기 등 금융사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금감원은 한화금융그룹이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인 만큼, 이번 종합검사에서 불건전 영업행위 존재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화생명이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부침을 겪고 있다.
한화생명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률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무법인을 동원해 방어막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생명 관계사가 관련된 자료제출을 거부하기 위해 ‘금감원 자료제출 의무의 부존재 건 확인’에 대한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법무법인을 선정했다. 그룹 차원의 일은 금감원 소관이 아니라는 논리로 자료제출을 거부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법무법인에 요청한 것이다.
보험업법에는 ‘대주주와 정상가격에 비해 현저하게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대주주와 거래 때 보험사에 뚜렷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자산을 매매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다만 금감원의 소관은 금융사까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업법에도 대주주 부당지원에 대한 제한 규정이 있다”며 “다만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해서만 부당지원 금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도 이 같은 이유로 그룹 차원의 일은 공정위 소관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에 대한 대주주 부당지원을 살펴본다는 건 사실상 한화그룹 전체를 보겠다는 뜻”이라며 “최근 금감원이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제재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2016년 하반기 흥국화재에 대한 부문 검사에서 이른바 ‘김치 성과급’ 등 계열사 부당지원 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흥국생명도 조만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수위 확정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은 종합검사에 앞서 수검기관의 검사 방해 행위가 있을 때는 검사 기간을 연장해도 된다는 지침을 각 검사 부서에 전달한 바 있다. 함께 종합검사를 진행한 메리츠화재는 오후 진행되는 총 강평회를 끝으로 연장없이 이날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이 요청한 자료에 대해 제출하지 않은 건은 단 한 건도 없다”며 “다만 자회사는 약간의 시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법무법인을 선정한 건 맞지만 해당사항에 대해서 법률자문을 받기 위해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