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관계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기정사실화하자 양국간 협상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또 우리 정부 역시 일본의 제재에 대한 대응을 '대화'에서 '강경'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양국간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한일 양국은 12일 일본 도쿄에서 수출 규제 이후 일본 정부와 가진 첫 '양자협의'를 개최했다. 이날 협의에서 일본은 기존 북한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의견을 수용하는 분위기였으나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은 13일 일본 측과의 무역협의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철회를 요구하는 등 한국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일 당국 간 첫 실무회의에 참석했던 두 과장은 이날 하네다공항에서 출국 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일본 측이 규제강화 철회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발표 내용을 부인했다.
한 과장은 "(대응조치) 철회요청은 없었다는 (일본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우리는 일본 측 조치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고 조치의 원상회복, 즉 철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회의를 통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일본기업이 법령준수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3대품목 수출 규제가 일본 기업의 귀책 때문이라고 인정하는 등 당초보다 강경한 대응은 피하는 모습이었지만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방침은 수차례 강조했다.
일본은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화이트리스트 제외 여부를 결정하고 21일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일본측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경우 이르면 내달 15일 이후 시행될 전망이다.
한일 양국이 6시간에 걸친 긴 회의에도 양측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기에 우리 정부가 수출규제에 대한 철회요청이 없었다는 거짓 발표까지 이어지며 국내 정치권과 여론은 강경 대응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남 미래경제 비전 보고회에 참석해 "전남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며 일본에 대한 강력한 대응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대화로 해법을 찾아보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한국 기업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