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와 펀드 판매사들 사이에서 자체 ‘OEM 펀드’ 주의보가 내려졌다. 금융당국이 업계 관행처럼 이어졌던 판매사의 펀드 설정ㆍ운용 개입에 대해 제재를 내리면서 “소나기는 피하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판매사인 A증권사의 준법감시인은 사모 전문 운용사인 B자산운용에 ‘OEM펀드’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B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판매사들이 OEM펀드 이슈가 있는 만큼 조심하라고 말했다”면서 “최근 일부 운용사가 제재를 받고, 판매사도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경계감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가 영업 과정에서 고객의 니즈를 접목한 사모펀드 설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규모가 작거나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최근 당국의 제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판매사인 NH농협은행의 요구에 따라 2016~2018년 OEM펀드를 만들고 운용한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의결했다. 설정·운용을 지시한 NH농협은행도 징계안이 검토되고 있다.
OEM펀드란 판매사가 운용사에 직접 펀드 구조를 요청하고, 이를 토대로 펀드가 설정되고 운용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펀드 설정 방식이 일반 제조업에서 판매자의 요청에 따라 외주 업체가 제품을 만드는 ‘주문자 상표부착방식(OEM)’과 유사하다고 해서 나온 표현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OEM펀드는 불법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펀드 설정 전후는 물론 운용과정이나 만기 시에도 판매사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 OEM펀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5년 설립 요건이 완화되면서 전문 사모 운용사는 2016년 말 79개사에서 작년 말 169개사로 급증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운용사들이 운용자산(AUM) 규모를 늘리기 위해 판매사들의 요구와 니즈에 부합하는 펀드를 설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사모 운용사 관계자는 “수익자와 펀드에 담길 채권이나 주식 등이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운용사에 ‘비이클’ 구조만 빌려달라고 대놓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AUM을 1조 원대로 늘린 운용사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의 OEM펀드 논란은 사모 펀드 급성장의 부작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소규모 운용사들의 경우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고, 위법인 줄 알면서도 OEM펀드 설정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