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18일 청와대에서 회동한다. 초유의 한·일 간 무역갈등으로 한국 경제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초당적 협력을 통해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하는 것은 작년 3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여야는 그동안 선거제 개혁법안 및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두고 극한 대치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본의 수출 규제와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의하자는 ‘대통령-5당 대표 회동’을 제안했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또한 대승적 차원에서 어떤 형태의 회담에라도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성사된 것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우리 반도체 등 주력산업들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경제 주체들엔 희망이 될 수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이 점 깊이 새겨 위기극복을 위해 국론을 결집하고, 초당적 해법 마련과 함께 서로 협력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최우선 의제가 일본의 수출 규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책이 시급하다는 데 여야의 이견도 없다. 일본은 치밀한 시나리오를 갖고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뿌리째 흔들려는 공격에 나섰다. 사태가 장기화될 공산도 크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목록)에서 배제키로 하면서 한·일 교역구조의 근본까지 위협하고 있다. 국내 산업의 전방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이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치·외교·경제를 포괄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짜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회동에서는 다른 현안들도 논의된다. 여야는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선거법 개정,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추가경정예산안 등 쟁점 사안들뿐 아니라, 야당이 요구하는 외교 안보라인 교체 등까지 거론될 공산이 크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 문제를 두고 여야가 또다시 정치공방만 되풀이하면서 핵심 의제 논의의 진전이 발목 잡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번 회동만큼은 여야 간 대립구도를 넘어 당면한 경제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협력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청와대는 이 위기를 극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과 전략으로 국가운영의 역량을 보이고, 야당을 진정성으로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다 책임성을 갖고 야당의 합당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협치(協治)를 위한 양보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야당은 합리적 대안 제시와 함께, 적극적인 협력으로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격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정치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한국 경제의 희망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