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17일 중국 유통그룹인 백련그룹과 손잡고 여성 캐주얼 브랜드 SJSJ의 중국 진출을 알렸다. 그간 국내 패션기업들은 초기에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진출하다 유럽과 북미 지역으로 수출 국가를 다변화하는 것 달리 한섬은 유럽에 먼저 진출한 뒤 중국 진출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한섬은 지난해 시스템, 오브제, 오즈세컨, 더캐시미어, SJYP등 8개 브랜드 제품을 미국, 대만, 홍콩 등 10여개국에 수출했다. 지난해 수출 규모만 150억 원에 이른다. 이번 SJSJ의 중국 진출은 계약 기간이 5년이고, 예상 수출 금액은 350억원이다. 한섬 측 관계자는 “이번 SJSJ 중국 진출로 한섬의 패션 수출 규모는 2022년 연간 400억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섬은 한국적 색체를 가미한 독특한 디자인과 뛰어난 품질을 앞세워 해외 패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패션 기업 가운데 가장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곳은 이랜드다. 이랜드는 1994년 중국에 공장 형태로 처음 진출한 뒤 1996년 브랜드를 론칭했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국 시장에서 활발히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랜드 측은 “현재 20여 개 브랜드가 중국, 인도, 베트남, 스리랑카 등 4개국에 진출해 있고, 특히 중국은 현재 매장 수가 5000여 개에 이른다”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스튜디오톰보이 역시 지난 4월 베이징과 시안에 있는 SKP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열고 중국 진출을 알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톰보이에 앞서 2011년 중국 항저우에 보브 첫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같은 해 4개 매장을 추가로 열었고, 현재 중국 내 보브 매장은 44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LF의 헤지스는 2007년 말 중국의 3대 신사복 보유 업체인 ‘빠오시냐오 그룹’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고 매년 매출 신장을 기록해 현재 300여 개의 매장을 확보했다. 헤지스는 중국에 이어 2013년 대만의 최대 규모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대만에 진출했다. 헤지스는 올해도 지속해서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중국과 동남아 위주로 사업을 해오던 K패션이 최근 유럽과 북미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섬의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올해 1월 가을·겨울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한 데 이어 2020년 봄·여름 파리 패션위크에 동반 참가했다. 한섬은 1월 파리 패션위크 행사를 통해 전세계 11개국 20개 패션 유통 업체와 도매 계약을 맺었는데 수출 계약을 맺은 국가 11개 중 아시아 국가는 중국과 일본에 그쳤고, 나머지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그리스, 러시아 등 유럽과 북미 국가였다. 한섬은 두 번째 패션위크에 참가한 지난달 21~ 27일 톰그레이하운드 파리 매장에 시스템·시스템 옴므 쇼룸을 운영하기도 했다.
패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트렌드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가 전세계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K팝, K뷰티, K푸드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외국인들이 K패션에 덩달아 흥미를 느끼면서 K패션에 대한 선호도와 확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