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생명과학(이하 엔지켐생명)이 ‘세계적 신약개발 권위자’라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영입한 인재를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고 시점이 신약인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의 미국 FDA 임상 2상 시험 승인 직후여서 ‘토사구팽’이란 비판도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세호 전 엔지켐생명 부사장은 최근 회사가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승소했다. 정 전 부사장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글로벌 신약개발 총괄 지사장 및 미국 지부장으로 근무했다.
엔지켐생명은 정 전 부사장 영입 당시 “신약후보물질탐색(DMPK)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며 “항암 치료에 효과적인 녹용 유래 단일성분 신약후보물질 ‘EC-18(PLAG)’을 글로발 신약 허가로 받기 위한 개발 업무 등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스톡옵션 3만 주도 부여했다.
실제 신약개발은 정 전 부사장 영입 후 순조롭게 진행됐다. 앞서 탈락했던 범부처사업단 신약개발 연구비 신청에 성공해 26억 원의 연구비를 유치했다. 또 2015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의 미국 FDA 임상 1상을, 2016년 7월엔 임상 2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이때 승인된 임상 2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엔지켐생명은 한 달 뒤인 8월 정 전 부사장을 돌연 해고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해고 이유는 △비싼 비행기표를 이용했고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출근을 하지 않는 등 근무 태도가 불량했다는 등 다소 황당하다. 부여했던 스톡옵션도 경험과 역량 부족을 이유로 취소했다.
반면 정 전 부사장은 회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안을 보면 △비행기표는 정 전 부사장 개인 카드로 결제했으며 △특허 전문변호사로부터 내용을 전달받는 즉시 보고했고 △미국 법인의 처음 주소가 자택이라 출근이 필요해 보이지 않고 심지어 미국 지사 직원은 정 전 부사장 혼자로 회사가 출근을 요구한 적도 없었다.
재판부는 “이번 해고는 합리적 이유가 없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회사는 계속 근무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스톡옵션 부분도 계약에 따라 3만 주 중 2만 주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신약개발 연구비 신청 성공과 신약 개발 과정 등에 정 전 부사장의 상당한 기여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