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업은 중국 수출입의 40% 차지…생산 이전 본격화하면 중국 경제 치명타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돌린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무더기로 중국에서 탈출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자체 집계 결과, 미·중 무역 마찰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해지면서 중국에서 떠날 채비를 하는 글로벌 기업이 50개를 넘어섰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에서 인건비 증가 압박을 받아왔는데 미·중 무역 전쟁까지 겹치면서 생산기지와 공급망 재편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애플은 중국 생산의 15~30%를 해외에 분산하도록 주요 거래처에 촉구하고 있다. 그 결과 애플 아이폰을 조립 생산하는 대만 훙하이정밀공업(상표명 폭스콘)은 아이폰 최신 모델 일부를 인도 남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중국 전자기기 대기업 고어텍(GoerTek)은 베트남 북부에서 애플 무선 이어폰 ‘에어팟’ 생산을 시작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몇 주 이내에 최신 모델의 시험 생산을 시작해 양산으로 연결한다. 이 제품이 중국 이외 국가에서 생산되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 휴렛팩커드(HP)와 델은 중국 노트북 생산의 최대 30%를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일본 닌텐도는 주력 가정용 게임기인 ‘스위치’ 생산 일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긴다. 아식스는 운동화 생산 일부를 베트남으로 돌리고 있다. 아시아 최대 건설기계업체 고마쓰가 부품 일부 생산을 미국과 태국, 일본 등으로 이전하는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탈중국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 TV 생산업체 TCL그룹도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수출입의 약 40%를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이전이 본격화하면 중국 경제는 치명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부품 조달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등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외국 기업의 수출입액은 약 1조8000억 달러(약 2116조 원)로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2017년 말 홍콩, 대만계 기업을 합친 외국 기업의 고용자 수는 약 2600만 명으로 전체의 약 15%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 이탈이 고용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규제 완화 등 우대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기업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생산 이전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관세가 부과되는 대미국 제품 생산은 해외로 옮길 필요가 있지만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은 현지 생산을 유지해야 한다. 그만큼 중국과 해외에 이중으로 생산·조달 체제를 구축해야 해 비용 증가와 경영 효율성 저하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