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자금 실탄 마련 및 금융지주사 재부각
대한생명 매각을 두고 예금보험공사와 한화가 2여년 동안 벌이던 법적공방이 한화측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상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대한생명 상장을 통한 차익으로 향후 그룹의 중심축으로 삼고자 하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실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대한생명 자체의 자산 가치가 40조를 웃돌고 있다는 점, 기관영업과 리테일 홀세일 등을 통한 한화증권의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할 경우 그룹 전반의 수혜가 전망되고 있다.
◆ 한화, 대생 국제 중재 승소로 콜옵션 촉구
1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국제상사중재위원회(이하 중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최종 판정에서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와 한화그룹 간에 체결된 대한생명 주식매매계약은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려졌다.
지난 2년 여 간 한화그룹과 예보 간 논쟁은 예보가 국제중재 신청 시 "최종적으로 모든 분쟁은 중재위원회의 판정에 따라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중재위원회의 최종 판정로 대한생명 논쟁은 사실상 종결된 셈이다.
따라서 한화그룹은 이번 중재결과를 토대로 예보에 콜옵션 이행을 촉구하고 대한생명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장일형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부사장은 "매매계약과 관련한 모든 논쟁이 종결됨에 따라 계약에 의거, 즉각 예보에 콜옵션 이행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부사장은 또 "올해 4월 말로 대한생명의 누적 적자가 전액 해소돼 대한생명 상장의 걸림돌이 모두 제거됨에 따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상장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향후 대한생명 이사회 결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예보가 국제중재 신청시 최종적으로 모든 분쟁은 중재위원회의 판정에 따라야 한다고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중재위원회의 최종 판정이 남에 따라 확실하게 종결되게 됐다"고 밝혔다.
◆ 대생으로 한화와 예보간 갈등 어떻게 이뤄졌나
한화그룹이 지난 2002년 12월 12일 한화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대한생명을 주당 2275원에 51%의 지분을 취득했다. 총 인수금액은 8236억원.
이후 한화그룹은 그 다음해 12월 맥커리생명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맥커리생명과의 이면계약설이 대두되면서 2년여간의 법적공방이 시작됐다.
당시 예금보험공사측의 주장은 한화컨소시엄이 파트너인 맥쿼리생명과의 이면계약을 통해 보험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투자자 자격을 얻기 위해 맥쿼리에게 인수자금을 빌려주고 허위로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화그룹은 멕쿼리 생명에 자금 조달 편의를 제공한 계약은 이면 계약이 아닌 양자간 계약이며 예보와 한화의 주된 계약이 아닌 내부 약정이라고 맞섰다.
이에 한화는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한화와 맥쿼리와의 계약은 이면계약이 아닌 컨소시엄 당사자 간의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내부 약정으로 추가계약의 성격이라며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대한생명 인수 과정의 이면계약 여부를 둘러싼 한화와 예금보험공사의 갈등이 콜옵션 공방으로 번졌다.
한화는 2006년 6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통해 같은해 6월 19일 예보가 보유 중인 대한생명 지분 49%중 16%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했다.
그러나 예보는 당시 국내 대법원의 최종판결에도 불구하고 콜옵션 행사를 거부하며 '모든 분쟁은 국제상사중재를 통해 해결하도록 한다'는 매매계약서상의 조항을 들어 2006년 7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예보는 또 "중재위원회의 최종 중재결과가 나올 때까지 콜옵션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 한화, 대생 승소로 대우조선 인수 실탄 확보
한화그룹으로서는 이번 대한생명에 대한 소송이 한화측의 승소로 최종 종결됨에 따라 대한생명 상장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현재 M&A시장에 대어로 꼽히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생 상장차익을 인수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상훈 애널리스트는 "한화가 예보와의 대한생명 관련 소송이 마무리됨에 따라 그간의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사실은 한화 입장에서는 큰 호재임에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대한생명의 상장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다"며 "대생 상장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자금 조달 플랜의 윤곽이 조만간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지주사 설립은 시기 상조
한편 한화의 이번 승소로 인해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 제조업과 금융업을 분리해 전문화함으로써 그룹의 성장을 추진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콜옵션 국제중재 마무리에 따라 지분추가와 함께 정부의 보험산업 구조개편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으로 대한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증권 등 금융자회사의 가치는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결국 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통해 제조자회사와 금융자회사를 분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종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대한생명 상장이 가능해져 계획했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진행될 것 같다”며 “금융지주사로 변화되면서 증권쪽을 많이 강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금융지주사 전환까지 풀어야할 숙제가 많을 것이다"며 "새로운 회사를 만들지 아니면 대한생명을 지주사로 할 지도 논의가 이뤄져야 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고 전했다.
최용구 대우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사로 갈 이유가 지금 당장에는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제2의 창업을 한다고 밝힌 바도 있고, 금융지주사 설립하려면 지분변동과 관련해서도 풀어야 할 문제점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콜옵션 행사를 통해 한화그룹 전체의 대한생명 지분은 67%로 보통 40% 정도만 있으면 경영권 안정화는 가능하기에 27%의 지분을 대한생명 상장시킬때 구주 매출로 매각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유동성 확보 메리트가 있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전용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아직 현행법상에 금융지주 요건 자체가 엄격하다"며 "금융지주 요건에는 건설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게 있어 지금 법률체계에서는 힘들 것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