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창업 문턱 대폭 낮춰…시장 규모 최소 1조
#2018년 10월 설립된 ‘그래잇’은 건강 도시락 출시를 준비하는 식품 스타트업이다. 그래잇은 제품 연구 개발을 위해 올해 5월 공유주방 ‘위쿡’에 입주했다. 그리고 이달 9일에는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펀딩 시작 일주일 만에 2000% 이상 목표를 달성한 그래잇은 연구 개발부터 제품 출시까지 공유주방을 이용한 덕이 컸다고 말한다. 양승만 그래잇 대표는 “위쿡을 이용해 임대료나 설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며 “이는 곧 고객에게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쿡 입주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공유주방 시장이 요식업 창업의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며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1호 공유주방 위쿡을 포함해 개러지키친, 먼슬리키친, 오픈더테이블, 고스트키친 등 공유주방 업체들도 외연 확대에 가속도를 붙이는 중이다. 현재 10~20개의 업체로 구성된 국내 공유주방 시장의 규모는 최소 1조 원으로 추정된다.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자들이 창업의 꿈에 한 발 씩 다가가고 있다.
한국에서 외식업 창업은 가장 인기 있는 창업 분야이지만, 문턱이 절대 낮지는 않다. 한국창업진흥원이 올해 4월 발표한 ‘2018년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숙박ㆍ음식업점 창업 시 평균 필요 자금은 3억8392만 원으로 나타났다. 소요 기간은 평균 8.5개월이다. 이렇게 힘들게 창업에 뛰어들어도 쉽게 폐업한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1년안에 문을 닫은 외식 업소의 비율은 창업수 대비 31.3%에 달한다.
공유주방의 인기비결도 여기서 나온다. 고비용, 고부담 창업 분야로 알려진 외식업의 창업 문턱을 확 낮춰주기 때문. 식품관련 스타트업의 산실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위쿡에서 건강 도시락을 연구 개발한 그래잇도 공유주방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현재 위쿡의 제조형 공유주방인 사직점에서만 140팀이 음식을 실험, 연구하고 있다.
공유주방은 크게 제조형, 배달형, 식당형 공유주방으로 나뉜다. 이달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과한 위쿡은 제조형 공유주방에 속한다. 먼슬리키친은 배달ㆍ식당형 공유주방이며, 개러지키친, 오픈더테이블 등은 배달형 공유주방에 속한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같은 배달 앱을 활용해 음식을 팔고 싶어하는 창업자들이 주로 입점해 있다.
제조형 공유주방은 위쿡의 규제 완화로, 배달형 공유주방은 배달 앱 시장의 확대로 각각 성장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위쿡은 B2B 거래가 가능해져 올해 10월 서울 송파구에 식품제조형 공유주방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내달에는 배달형 공유주방을 신사동에 연다. 위쿡은 3년 안에 180개 지점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배달ㆍ식당형 공유주방을 운영해온 먼슬리키친은 10월에 역삼동 지역에 3호점을 내면서 편의점과 결합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배달형 공유주방 ‘키친서울’을 운영하는 오픈더테이블은 이달 베트남 호치민에 매장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