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면 시장은 오랜기간 일본 기업이 장악해왔던 시장이다. 라면이 포함된 미국의 인스턴트 누들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0억380만달러(1조 1856억 원)에 달한다. 일본 라면은 미국 라면 시장의 4분의 3(76%)을 점유하고 있으며 업계 1, 2위 역시 일본 기업이다.
국내 라면 업계가 이 같은 미국 라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른 바 ‘라면 한일전’의 막이 오른 것이다. 특히 국내 라면시장 1위 농심의 공세가 매섭다.
농심은 올해 라면시장 최고 히트작으로 꼽히는 ‘신라면건면’을 미국에 수출한다고 30일 밝혔다.
농심은 신라면건면 미국 수출을 위해 제품 약 5만 박스(160만개) 선적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9월부터 미국 전역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현재 미국라면 시장은 일본의 동양수산과 일청식품이 각각 46%, 30%의 시장 점유율로 1,2위를 기록 중이다. 동양수산은 ‘마루찬’, 일청식품은 ‘컵누들’을 대표 상품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농심의 점유율은 15%로 3위지만 성장세는 일본 기업을 위협할만한 수준이다. 농심은 10년 전만 해도 미국 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했으나 10년 만에 점유율을 8배 가까이 끌어올린 셈이다.
농심은 공격적인 투자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선 2020년까지 미국 신공장 부지 검토를 완료하고, 준공을 본격화한 후 2025년 현재 매출을 2배 가량 끌어올려 2위 일청식품부터 제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농심 라면의 미국 매출은 2억2500만 달러(2661억 원)이다.
삼양식품과 오뚜기도 아직은 미국 내에서 점유율이 미미하지만 입지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뒤늦게 미국 수출에 나섰음에도 매년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2016년 삼양식품의 미국 수출액은 80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85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올 상반기 수출액은 115억원이다. 삼양식품은 미국 내에서 ‘Fire Noodle Challenge’ 열풍이 불면서 불닭시리즈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삼양라면, 짜짜로니, 수타면, 김치라면 등도 미국 시장에 선보이고 잇다.
삼양식품은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 유통기업인 UEC(United Exchange Corporation)와 손잡고 히스패닉 맞춤형 PB제품인 ‘타파피오 라면’을 지난해 3월부터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LA를 중심으로 미 중서부의 대형 마켓에 입점했다. 타파티오 라면은 히스패닉 소비자들이 즐겨 먹는 핫소스 ‘타파티오’의 매콤한 맛과 향을 그대로 구현한 제품이다.
오뚜기는 대표 수출 브랜드인 진라면을 앞세워 지난해 전년대비 미국 수출액이 20% 이상 증가했다. 오뚜기의 연간 미국 수출액은 100억 원 수준이지만 매년 수출 신장률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오뚜기는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수출량을 경신할 전망이다.
식품업계에서는 매운 맛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면서 미국에서도 일본라면과 차별화된 매운 맛을 강점으로 한국 라면의 인기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일본을 라면(라멘) 종주국으로 인식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높은 편이지만 K-푸드의 인기와 매운 맛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한국 라면이 주목받고 있다”며 “과거에는 한국 라면이 재미교포들을 대상으로 한 작은 시장이었다면 최근에는 미국 전역에서 판매될 만큼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