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공모채 발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틀간 조달액이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29일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발행했다. 800억 원과 1700억 원 등 총 2회에 걸쳐 2500억 원을 발행하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다.
규모만큼이나 흥행에도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물은 사뭇 달랐다. 첫날 조달액은 551억 원에 그쳤고 이튿날엔 이보다 저조한 119억 원이 발행됐다. 이렇게 이틀간 팔린 공모채는 총 670억 원으로 당초 발행액의 4분의 1 수준이다.
올해 들어 대한항공은 2회에 걸쳐 공모채를 발행했다. 앞서 4월 3000억 원을 발행했던 대한항공은 발행 첫날 2637억 원을 시작으로 이튿날까지 누적 2750억 원을 기록, 빠른 시간에 발행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번 발행에서는 수요예측에서부터 삐걱거렸다.
기관투자자들의 경쟁률이 87-1회차의 경우 0.14대 1, 87-2회차의 경우 0.38대 1에 머물렀다. 이후 실제 발행에서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불과 3개월 새 인기가 급강하한 셈이다.
업계에선 흥행 실패의 이유로 금리와 한진 미매각 등을 꼽는다.
우선 저금리 기조에 기대수익률 역시 낮아지면서 사채 본연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당장 4월 발행했던 공모채의 경우 이자율이 각각 3.159%, 3.538%였지만 이번의 경우 2.814%, 3.233%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또 발행에 앞서 진행된 관계사 한진의 미매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진 역시 이달 1000억 원의 공모채 발행에 나섰지만 수요예측은 610억 원에 머물렀다. 올해 시장의 첫번째 미매각 사례다. 실제 발행을 시작한 23일부터 30일까지의 발행액도 558억 원에 그쳤다. 한진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모두 BBB+ 비우량채로, 업계에선 한진의 사례로 인해 대한항공에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이번 공모채는 주관사가 전량 선 매수 후 기관투자자들에게 되파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조달 실패에 대한 우려는 없다. 상환 예정인 2012년 공모채 발행 때보다 금리가 낮은 점도 회사 입장에선 긍정적이다. 당시 회사는 4.16%의 금리로 2500억 원을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