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선적으로 수출규제가 예상되는 분야는 수소전기차의 부품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와 수소전기차 초기 패권 다툼에 나선 만큼 필수 소재인 ‘탄소섬유’ 수출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소전기차의 핵심은 수소탱크인데 이 탱크는 우리가 직접 만들고 있지만 여기에 필요한 탄소섬유 등 소재부품 상당수는 일본산이다. 우리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전기차 누적판매 8만 대를 목표로 삼고 관련 인프라 구축에 나선 상태다.
일본 정부가 갖가지 이유를 들어 탄소섬유 수출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여기에서 나온다. 수소전기차가 친환경차의 궁극점으로 여겨졌으나 아직 일본 기업들이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만큼 이 분야에 수출규제를 집중할 것이라는 우려다.
김홍찬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화이트 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우리 업체들이 핵심 부품과 원료조달 애로로 수출에 막대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역시 배터리 내열성을 키우는 패키지 기술은 사실상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핵심 소재 중 전기를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이온만 통과시키는 소재인 분리막은 일본 아사히카세이, 도레이가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로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의 신성장 산업이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는 만큼 국내 배터리 업계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시나리오별 전략적 대안을 미리 수립하는 이른바 ‘시나리오 플래닝’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을 자체 개발, 조달하고 있으며 LG화학은 일본산 분리막 물량을 줄이는 대신 다른 공급선인 국내와 중국업체의 물량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9일 “수출규제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어떻게 될지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시나리오 플래닝’에 들어갔다”며 “현실화된다면 원료와 지역 다각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SK이노베이션 역시 일본의 수출규제가 전기차용 배터리 파우치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규제 확대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다”며 “국내 소싱을 검토하진 않고 국외에서 시나리오를 수립해서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배터리 업계에선 핵심 소재에 대한 내재화율을 높이거나 공급선을 여러 국가로 나눠놓은 만큼 반도체 소재만큼의 파급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선전에너지, 상하이에너지 등의 자동차배터리 소재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당장 소재 납품처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