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불안이 심화한다면 원·달러 환율 상단을 1240~1250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되며 금융시장의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위안화도 약세를 보이는 만큼 관련 요인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원화 역시 단기적으로 1200원대에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210원을 돌파, 1215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1217원까지 상승하는 장면도 있었다. 한일 무역분쟁의 장기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재차 부각되고, 그 여파에 위안화가 역외에서 2008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간밤 미국 재무부는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상향 돌파한 이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일반적으로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해당 국가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에 금융지원 금지, 해당국가 기업의 미국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환율 압박, FTA 등 무역 협정 시 상대국을 압박하는 실질적 제재가 뒤따르게 된다.
김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는 지가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추가로 위안화를 절하하며 환율전쟁에 나선다면 지난 2016년 초 위안화의 약세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촉발됐던 시기 수준의 원·달러 환율 상단(1239원)에서 2010년 5월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했던 당시(1253원) 수준까지 약세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과거 금융위기 당시와 같이 가파르게 약세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은 작다고 김 연구원은 판단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9월 중에는 고위급 미·중 무역협상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전후해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에서 움직일 수 있으나 위안화의 추가 약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달러 역시 소폭의 하락은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 이후 원·달러 환율은 점차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