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어디갈래] "이종호가 살아있었다면 했을 법한 전시"

입력 2019-08-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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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리얼-리얼시티' 展

▲메타(우의정, 이상진), 마로니에 파빌리온, 2019, 강관과 아크릴 구조물, 450×900×450cm(사진제공=이하 아르코미술관)
"이종호의 전시가 아니라, 이종호가 (살아있다면) 했을 법한 전시다."

이종호(1957~2014)와 25년간 함께 작업을 했던 우의정(건축사사무소 METAA 대표) 건축가는 지난달 12일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한 '리얼-리얼시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시를 5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했다.

25일까지 열리는 '리얼-리얼시티'전은 도시적 맥락 안에서 건축과 예술의 역할을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특히 '도시 현실과 일상성'에 주목한 고(故) 이종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건축을 향한 질문부터 시작해, 90년대 이후 한국의 건축계와 예술계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전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 시각예술창작실 전시지원 선정작으로 심소미 독립큐레이터, 이종우 건축연구자가 기획했다.

▲우의정, 건축가 이종호와 공유한 시간들, 2019, 혼합매체, 가변설치

이종호는 1980년 대학을 졸업하고 김수근의 건축사무소 '공간연구소'에 들어갔다. 김수근의 마지막 제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1989년 독립해 문화집단 스튜디오 메타(METAA)를 설립했으며 여러 건축가들과 서울건축학교(SA)를 운영했다.

2005년 세상을 떠날 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교수를 지냈다. 바른손센터, 박수근 미술관, 노근리 기념관,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등을 설계했으며 광주·순천의 문화도시 연구, 세운상가군 재생사업 등 도시 공공성 연구를 진행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종호와 뜻을 함께한 그의 동료, 후배이거나 그가 가진 주제 의식에 부합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이종호의 작품을 되돌아볼 뿐, 평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심소미 독립큐레이터는 "추모는 하되, 단순히 작가의 서사만을 그리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감자꽃스튜디오(남소영, 이선철), 분교의 진화, 2019, 혼합매체, 가변설치

◇ 이종호의 질문을 현재의 맥락으로 이어받다 = 오늘날의 건축가 그리고 작가들은 이종호가 남긴 질문을 '어떻게' 현재의 맥락으로 이어 받았을까.

'리얼-리얼시티'는 1990년대 말 건축의 한계로부터 변화해 나가고자 했던 이종호와 동료들의 노력이, 2000년 이후 도시연구를 통해 현실 속으로 확장해 나간 움직임에 주목한다. 문화예술이 반성적으로 점검하며 밝혀나가고자 했던 '리얼리티'는 2000년대에 들어 TV 리얼리티쇼 흥행과 더불어 새로운 소비 대상이 된다. 의미가 얇아져버린 것이다. 오늘날 도시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시는 해묵은 말이 되었지만, 여전히 도달하기 어려운 '리얼리티'의 의미를 도시문화의 맥락 하에서 찾아본다는 목적을 가진다.

'리얼-리얼시티' 전시는 도시를 향한 건축계의 시선뿐만 아니라, 도시화와 재개발 문제를 다룬 예술계의 반응을 다룬다. 공공영역과 도시 문제를 다뤄온 건축가, 보잘것없는 현실의 층위를 탐구해온 예술가, 도시 현장과 연대해온 콜렉티브, 지역 사회와 소통해온 문화공간의 움직임을 통해 도시 현실에 주목한 실천의 잠재력을 성찰한다. 또, 이에 대한 논의를 확산하는 자리로 작용한다.

▲김광수, 여기에서 여기를, 2채널 비디오, 2019, CCTV, 반구형 반사경, LED 바, 가변설치

미술관 1층은 '이종호 아카이브룸'으로 선보인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그가 건축가, 연구자, 교육자로서 동료 건축가, 학자, 학생들과 함께 만든 활동의 기록들을 볼 수 있다. 1938년 설립돼 1999년 폐교된 강원도 평창의 산촌 폐교(옛 노산분교)가 이종호의 설계를 거쳐 현재의 '감자꽃스튜디오'가 되기까지도 영상으로 제작됐다.

건축가 김광수의 '여기에서 여기를'은 '리얼리티가 두 번 반복되면 과연 보다 리얼한 것이 될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다. 아르코미술관 천장의 철골 트러스(truss)는 형광등 조명이 비추는 전시장 공간의 반대편에 자리한 부재하는 세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1979년 아르코미술관 준공 이래 40년 동안 숨죽인 채 미술관 건물의 무게를 지탱해온 트러스가 하나의 작품이 된 것이다.

▲정재호, 난장이의 공, 2018, 한지에 아크릴, 600×450(cm)

메타스튜디오(우의정, 이상진)는 '마로니에 파빌리온'을 설치한다. 이는 1층 전시장에서 설계 배경과 모형물을 볼 수 있으며, 전시 기간 중 실제로 아르코미술관 앞에 세워진다. 이상진 METAA스튜디오 부소장은 "아르코미술관과 마로니에 공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나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그 경계를 흐리게 하기 위한 설치물이 '마로니에 파빌리온'이라고 말했다.

▲김무영, 동네 안 풍경, 2016, 단채널 비디오, 1시간 24분 21초

이외에도 △'그린벨트'를 주제로 5명의 건축가와 20여 명의 건축학도가 2주간 '필드 리서치'와 설치물을 선보이는 리얼시티 프로젝트의 '그린벨트' △부산시민공원이 조성된 과정의 인근 기지촌과 지연 주민이 겪은 철거와 이주의 기억을 기록한 오민욱 작가의 '라스트 나이트' △이정호 교수와 황지은 교수의 '세운캠퍼스' 등 총 18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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