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성향 파악 가입·탈퇴 개입…측근들로 대의원 구성 ‘연임 가도’
박준식 관악농협조합장이 대의원뿐 아니라 조합원 가입 과정에도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박 조합장은 조합원의 성향을 파악한 후 가입과 탈퇴를 종용했다. 자신의 지지자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기 위해 비밀리에 이사회를 개최하는 등 조합장의 권한을 남용해 조합원을 관리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8일 이투데이가 입수한 관악농협 내부 문건에는 박 조합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조합원 김ㅇ기 씨를 포함한 6명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이들은 현재 박 조합장을 따르는 대의원으로, 2월 22일 박 조합장이 개최한 긴급 이사회 의결에서 조합원 가입 승인을 받았다. 이들 외에 조합 가입을 신청했던 50명은 이사회 일정을 통보받지 못했다.
전 대의원 한성수(가명) 씨는 “당시 박 조합장이 비밀리에 이사회를 열어 자신의 측근들에게만 가입 승인을 해줬다는 얘기를 듣고 강하게 항의했다”며 “3일 뒤인 25일, 박 조합장이 마지못해 다른 신청자들의 가입 승인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그마저도 모든 신청자가 가입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조합장은 이런 식으로 자신이 원할 때마다 마구잡이식으로 이사회와 대의원회의를 열었다”고 덧붙였다.
박 조합장이 졸속으로 조합원의 탈퇴와 재가입을 유도한 것은 ‘무자격 조합원의 선거인 명부 등재에 관한 범죄(사위등재죄) 관련 법률’ 때문이다. 관악농협 정관 제9조에 “조합원은 조합의 구역에 주소, 거소나 사업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관악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초 이곳 대의원들은 박 조합장에게 “무자격 조합원에게 조합의 가입 승인을 내주는 것은 ‘사위등재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조합장은 자신을 지지하는 무자격 조합원을 일괄 탈퇴시키고, 이틀 후 조합원 재가입 승인을 내렸다. 거주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에게는 기록상으로만 거주지 이전을 지시한 뒤 서둘러 재가입 승인을 했다.
박 조합장이 조합 가입 승인에 민감한 이유는 조합원의 성향이 조합장 투표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관악농협 조합원 900명 중 70명 정도가 조합장을 선출할 수 있는 대의원이 된다. 박 조합장에게 우호적인 조합원의 수가 많을수록 그의 연임 구도가 공고해진다.
박 조합장은 유독 관악농협 전 직원의 조합원 가입에 인색했다. 한 씨는 “전 직원들은 관악농협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만큼,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조합원 가입을 불허한 것”이라면서 “조합원 가입 신청서를 내면 조합장이 면접을 보기도 한다”고 했다.
관악농협 전 지점장 김상혁(가명) 씨는 지난해 1월 조합원 가입 신청서를 제출, 박 조합장과의 면담까지 마쳤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승인이 나지 않아 결국 가입을 포기했다. 관악농협 전 직원 조철민(가명) 씨는 “2016년 상반기 조합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2년 8개월이 지난 올해 3월에 겨우 가입됐다”고 말했다.
관악농협 관계자는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상대 후보가 조합원 자격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 무자격 조합원들을 탈퇴 처리한 것”이라면서 “이후 무자격 조합원들이 농림축산식품부에 이의를 제기하자 그들을 구제해주기 위해 22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했고, 남은 인원을 가입시키기 위해 25일 또다시 임시이사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민경신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농업협동조합법 28조는 ‘지역농협은 정당한 사유 없이 조합원 자격을 갖추고 있는 자의 가입을 거절하거나 다른 조합원보다 불리한 가입 조건을 달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조합장 임의로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법 위반이자 조합장의 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