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6)이 사건 발생 80일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12일 살인과 사체손괴ㆍ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 씨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냐"고 물었고, 고 씨는 "원하지 않는다"고 짧게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계획적 살인을 주장하는 검찰과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는 변호인 간 공방 이어졌다.
고 씨는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고 씨 측은 살인과 시신 훼손ㆍ은닉은 인정하지만, 계획적인 범행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전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앞서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고 씨가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인터넷 검색 기록에는 마치 살해를 준비하는 듯한 내용이 있다"며 "왜 (그런 것들을) 검색했는지 다음 공판까지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날 고 씨는 수감번호 38번이 쓰인 연녹색 수의를 입고 나왔다. 법정에 들어선 고 씨는 방청석에서 자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머리를 풀어헤쳐 얼굴을 가렸다.
방청객들은 머리로 얼굴을 가린 고 씨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일부 방청객은 고 씨를 향해 "살인마"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고 씨의 2차 공판은 9월 2일 오후 2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