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NPS)이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한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2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책임있는 투자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 라인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며 특히 “일본 전범기업들을 투자 목록에서 제외해야 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세계 3대 국부펀드인 국민연금공단은 700조 원을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2018년말 기준, 1조2300억 원을 일본 기업에 투자했다. 여기에는 미쓰비시중공업, 파나소닉, 도시바, 도요타자동차 등 75개 기업이 포함됐다. 다만, 전범기업들을 투자 목록에서 제외하려면 해당 기업이 일본 정부를 도와 실제로 전쟁에 참여했는지를 먼저 증명해야 한다. 현재는 전범기업을 ‘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 정부에 군사 장비와 노동을 제공한 단체’로 정의하고 있다.
FT는 국민연금공단의 이같은 결정이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강화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놓인 가운데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사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 간 지속되어온 갈등의 역사를 소개했다.
FT는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한 결정적 배경으로 작년에 한국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에 징용배상 판결을 내린 것을 들었다.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아베 신조 정부가 한국으로의 첨단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했고,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전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졌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도 정치권으로부터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은 일본 전범기업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회책임투자원칙에 부합하는 투자가 이뤄질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김 이사장은 전범기업들을 투자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한 데 대해 “문재인 정부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기금 운용에 대해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지 않았다”며 “이것은 문 정부의 확실한 철학이며, 나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