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정권의 귀환 가능성이 높아진 아르헨티나에 심각한 경제 위기가 또 불어닥칠 것이란 공포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1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총리가 친기업주의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을 큰 격차로 따돌리자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투자자들이 주식, 채권, 통화 투매에 나서면서 월가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증시 메르발지수는 개장하자마자 10% 이상 떨어졌고, 결국 31% 폭락세로 장을 마쳤다. 블룸버그는 달러 기준으로 하면 48% 하락한 것이라며 이는 지난 70년 간 전 세계 94개 증시 중 두 번째로 큰 낙폭이라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 가치도 하루 만에 18.8% 급락해 달러당 57.30페소로 마감됐다. 이날 페소화 가치는 장 초반 약 25% 급락해 역대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이날 낙폭은 작년 4~5월 긴급 금리 인상과 8월 ‘터키 쇼크’ 때를 크게 웃돌았다.
시장은 10월 본선의 전초전 격인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가 완승을 거두자 향후 포퓰리즘이 난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대규모 무상복지 정책, 이른바 ‘페로니즘’으로 잘 알려진 페르난데스 전 총리가 집권하면 마크리 현 대통령의 국제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 노력이 도루묵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페르난데스는 자신이 집권하면 아르헨티나의 막대한 부채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과 다시 협상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르헨티나는 1년 안에 거액의 외화 부채가 상환 기한을 맞는다.
애버딘자산운용의 에드윈 구티에레즈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신용부도스왑(CDS) 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가 5년 내 부도 날 확률을 75%로 보고 있다. 지난 9일 49%에서 크게 오른 것이다. 달러 표시 국채 가격은 평균 25% 하락해, 액면 1달러당 0.55달러까지 팔렸다. 단기 국채 수익률은 35% 이상 급등했다.
블룸버그는 좌파 포퓰리즘의 그림자가 아르헨티나 시장을 덮치면서 국가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외에도 이탈리아 연정 붕괴에 따른 정국 혼란과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우려 등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들이 불거졌다. 작년 6월 출범한 이탈리아 연립정부는 1년 2개월 만에 결국 파국 위기를 맞았고, 이에 따라 사상 초유의 ‘가을 총선’이 대두되는 등 혼돈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