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가 만난 사람]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 "'여성 할당제'란 없다…양성평등채용 혜택받은 남성 더 많아"

입력 2019-08-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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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6개월 소회 밝혀…"여성 문제, 여성가족부만의 소관 아니다"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여성가족부 업무가 방대해서 깜짝 놀랐어요. 사전에 확인했는데 글로 보는 것과 현장을 다니며 듣는 이야기는 다르잖아요. 우리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인데 사회와 가치관이 변화하고 충돌이 일어나는 지점에 여성가족부가 있었습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김희경(52) 여성가족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소회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여성가족부가 다루는 이슈는 크게 여성·가족·청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론이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여성가족부의 입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차관은 올 2월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평등 포용사회 실현이라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얻고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부임했다. 자신도 자리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는 듯했다.

"요즘 성별 갈등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한부모 가정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도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고요. 다문화가족 지원법은 오래됐지만, 다문화가족에 대한 차별도 여전합니다. '미투'도 대표적인 사회 이슈 중 하나죠. 이 모든 게 여성가족부의 소관이에요. 기존의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 등장하는 지점마다 우리 부처가 만나는 거죠."

그가 2017년 써낸 '이상한 정상가족'(동아시아)은 여성가족부가 강조하고 있는 가족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책은 한국의 가족주의와 특정한 가족 형태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여성가족부 역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정상가족'이라는 표현을 지양하고 있고, 관련 지원책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당 책을 읽고 김 차관에게 격려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부담감에 대해서도 물었다.

"책이 없었어도 부담이 됐을 거예요. 차관은 부담스러운 자리이긴 합니다.(웃음) 이전에 문체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는데, 그때 맡았던 역할과 다릅니다. 지금은 책임져야 할 범위나 결정의 권한이 훨씬 더 넓어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부담을 느끼는 만큼 잘하려고 하고 있고요."

김 차관은 앞으로도 여성가족부가 여성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지금처럼 청소년을 비롯해 한부모 가족, 양성평등과 관련한 정책이 자리잡고 분위기가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김 차관은 "여성 이슈는 여성가족부만의 소관이 아니다"라며 "모든 부처에서 책임지고 정책을 내놓고 방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그는 "여성가족부의 최대 업무는 가족이다. 또, 부처 이름에는 들어가 있지 않지만, 청소년 관련 업무 예산이 전체에서 두 번째로 많다"라며 "저희 부서 올해 정책 과제는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청소년 참여 확대 그리고 다양한 가족 공존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다 같이 추진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차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요즘 여성 관련 이슈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때마다 '여성가족부는 뭐하고 있어?'라는 말이 나오곤 한다. 잘해도 욕 먹고 문제가 발생하면 더 욕 먹는 게 여성가족부 같다.

"사실 여성 이슈가 여성가족부만의 업무라고 말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우리 사회의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여성들이 분포되어 있고, 여성 문제가 얼마나 깊고 넓은데. 협소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여성가족부는 여성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끌고 가는 부처다. 대통령께서 여성 문제는 여성가족부만의 업무가 아니니 각 부서의 고유 업무로 인식하고 추진해 달라고 당부하셨다. 법무부, 경찰, 교육부 등 8개 부처에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을 신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부처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에서 해당 부처의 정책에서 성주류화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스스로 입안해야 한다. 성희롱·성폭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해당 부처에서 직접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협의체를 통해 전체적인 방향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할 것이다."

- 여성가족부는 기업들과 여성 임원을 일정 비율 유지하는 내용의 자율협약을 맺고 있다. 이 협약에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데, 정부 차원에서 이행을 위해 마련하고 있는 방안이 있는가.

"직장 내 성평등은 국가 발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여성가족부는 4월부터 롯데그룹·메리츠자산운용·풀무원·KB국민은행·KB증권·SC제일은행·한국피앤지·우리은행·우리카드·우리FIS 등 10개 경제단체 및 기업과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업무 협약서를 체결하고, 사업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업과의 자율협약 릴레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성별다양성 제고에 대한 사회의 인식 환기와 실질적인 주체인 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이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성별 균형 수준을 높이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을 약속하는 거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법적 구속력보다 사회적·도의적 책임감이 더 무거울 것이다. 실제 현장의 CEO들에게서 변화에 대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기업 현장에서도 성별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민간이 자율성을 존중하고 협업의 주체로 같이 변화해나가야 할 동반자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많은 이들이 취지에 공감한다. 하지만 '여성한테만 할당제를 주느냐'는 비판도 나오는데.

"여성할당제는 없다. 엄청난 오해다. 저희가 민간에게 할당제를 요구한 바도 없다. 다만 공무원 사회는 여성할당제가 아닌, 양성평등채용목표제가 있다. 국가직 공무원과 지방직 공무원에 모두 적용되는 것인데, 한쪽 성이 30% 미만이면 30% 이상을 만들기 위해 다른 쪽 성에서 추가 합격시키는 거다.

실제로 운영해보니 혜택받은 성은 남성이었다. 특별히 여성만을 위해 여성채용을 늘리자는 게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에서 남성이 혜택을 훨씬 많이 받지만, 어느 여성도 그걸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저희 부에서 하는 성별영향평가도 여성만을 위한 거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상처성형' 등은 여성만 하는 게 아니기에 남성도 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그 결과,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화재로 인한 흉터 상해보험금 지급한도의 남녀 간 차이가 개선됐다.

여성가족부는 특정 성이라는 이유로 어느 쪽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쪽 성만을 위해 존재하는 부서가 아니다."

▲김 차관은 혼자 사는 여성들을 보호하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는 등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 "여성가족부는 한쪽 성만을 위해 존재하는 부서가 아니다"라며 "사회가 성평등을 이루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최근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며 1인 여성가구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인 가구 여성 안전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귀갓길 여성을 뒤쫓아 범행을 저지르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불안감을 크게 느끼는 여성들은 출근할 때부터 집에 조명을 켜놓거나 호신용품 휴대 등 자구책을 마련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성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각종 범죄에 취약한 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전문가도 여성 1인 가구의 경우 가족, 동거인 등의 보호망이 없어 범행 대상이 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1인 가구 여성에 대한 범죄 예방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여성가족부는 성폭력 등 여성폭력으로부터 여성·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안심귀가, 안심택배사업 등 여성안전 관련 사업들을 파악하고 있다."

- 8월 14일은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 공개증언한 날일이고, 지난 2017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됐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기림의 날 행사를 치렀다.

"올해 들어 고(故)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다섯 분이나 우리 곁을 떠나면서 스무 분만 남게 됐다. 매우 안타깝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보편적인 여성 인권의 문제이며, 국민이 함께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문제다.

올해 두 번째를 맞은 '기림의 날'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고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계기로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평화와 여성인권에 대한 메시지로서 국제사회에 공유하고 확산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할머니들의 희망을 이어나가는 것이다'라고 기림의 날 메시지를 남기셨다. 여성가족부는 할머니들께서 편안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길 것이다. 피해자를 보호·지원하며,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기념사업을 수행하고 후세대를 위한 올바른 역사교육도 추진하겠다."

- 6월 대법원이 성인용품업체가 제기한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성인용품 업체의 손을 들어주면서 '리얼돌' 수입 길이 열렸다. 하지만 아동형상의 '리얼돌'이나 주문자가 원하는 형태의 얼굴을 만들어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여성가족부 차관으로서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말씀하신 우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우선 리얼돌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의문이 있다. 리얼돌은 제품명인데다 실사인형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도 쓰이므로 성기구를 뜻하는 '섹스돌'이 타당한 명칭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건 성기구로 활용되는 '섹스돌'은 현행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물건에 해당하고 판매사이트 또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이다. 여성가족부는 실태조사를 진행해 성인인증, 유해매체물 표시 등에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국내 사이트에 대해 해당 사업자에게 시정 요청을 할 계획이다. 미이행 시 고발 등의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남성이든 여성이든 특정 인물 형상으로 주문하고 제작하는 건 인권 침해 요소가 다분하다고 생각한다. 아동형상으로 제작하는 건 아동청소년 성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아동 신체 형상 성기구를 제작·수입·판매·소지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의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여성가족부도 전문가의 의견을 계속 수렴하고 있다."

◇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은 = 김 차관은 신문기자(동아일보) 출신이다. 그는 지난 1991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문화부 국제부 차장을 거쳐 인터넷뉴스팀장까지 역임한 뒤 2009년 퇴사했다. 그후 세이브칠드런이라는 아동인권 단체 등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에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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