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자본시장1부 기자
지난달 한국미쓰비시상사의 일본 배당금이 순익의 4배에 달한다는 본지 보도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내놓은 반응이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지만 배꼽이 몸 전체를 휘감는 행태에 사람들은 믿기 어려워했다. 그러나 사실이다. 6월 이 회사는 145억6000만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36억6331만 원인 당기순이익보다 정확히 3.97배 많다. 사실 잘잘못을 따지자면 한국지사는 크게 연관이 없을 수 있다. 전범 기업은 일본 본사가 그 뿌리이며, 다수의 배당금 역시 최대주주인 일본 측이 가져가는 것이니. 그래서일까. 미쓰비시상사 서울사무소 앞 시위들은 그들로부터 별다른 움직임을 이끌어내지 못하곤 한다.
무인양품은 어떤가. 한때 국내 유통업계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이들이다. 이들이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 책정한 배당금은 18억 원이다. 반면 국내에 기부한 금액은 1195만 원으로, 이마저도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실적은 나날이 오르는데 국내 환원은 미적지근하다. 지난 7년간 순이익은 적자에서 70억 원 수준으로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총 기부액은 3850만 원에 머문다. 무작정 기부해 달라 조르는 게 아니다. 거액을 국내에서 벌어들이면서도 일본으로 송금하기 바쁜 모습을 지적하는 것이다. 현재 무인양품은 일본 양품계획이 지분 60%를 갖고 있다.
이밖에도 우베흥산, 미쓰이화학 등 국내 사업을 통해 거액의 배당금을 취하는 일본 기업들은 나열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 곳곳에선 일본을 향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WBC에서 이치로가 그랬듯 이번에도 몇몇 일본인들은 혀를 잘못 놀렸고, 그로 인해 한국인들의 단합력은 적극 발휘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 정세는 일본이 아니더라도 북한과 중국, 미국 등의 관계적 압박에 정신이 없다. 최근처럼 일본이 수출 규제에 있어 다소 느슨한 듯 행동한다면 불같은 우리의 모습도 차츰 사그라들지 모른다.
다만 과거도, 지금도, 전범 기업을 비롯한 일본 기업의 국내 자금 흡입은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과거 놋그릇 전부를 군자금으로 빼앗겼던 때보다 그 규모는 더할지 모른다.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한다는 식의 운동은 금방 멈추기 마련이다. 이들 기업의 자금 흐름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면 더 큰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더불어 국민들의 구체적인 관심이 이들 기업의 향후 배당 정책에 있어 견제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