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에 썰렁한 점포...라스트 세일 코너만 북적
24일 토요일 오후 3시경 폐점을 일주일 앞둔 AK플라자 구로본점은 주말 오후의 백화점답지 않게 스산한 분위기였다. 같은 시각 주차를 위해 대기하는 차들로 교통 체증이 극심했던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나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등 인근 점포들과 달리 주차장은 단 한 번의 막힘 없이 입장 가능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실제 주차까지 걸린 시간은 1~2분이 채 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유아동·아웃도어 코너에 들어서자 평일 오전 시간대로 착각할 만큼 썰렁했다. 4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한 해당 층의 쇼핑객은 불과 서너 팀에 그쳤다. 매장마다 걸려 있는 ‘THANKS GURO, 26년간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는 팻말에 쓰인 ‘최대 50%’, ‘최대 70%’라는 문구가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몇몇 상품은 인터넷 최저가보다 싸게 팔았지만, 상품 대부분은 ‘폐업 정리’, ‘폭탄 세일’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할인 폭이 크지는 않았다. ‘굿바이 할인’을 노리고 쇼핑을 나왔다는 인근 주민 김 모 씨(36세, 여)는 “폐점을 앞두고 '득템'을 기대했지만, 많이 싸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점 업체의 상품들은 대부분 다른 점포로 옮겨져 판매된다. 한 아동용품 점원은 “7월 초 크게 할인 행사를 했고 싸게 내놓은 상품 대부분이 팔렸다”면서 “지금 있는 상품들은 대부분 지방 쪽 매장으로 보내진다”고 설명했다.
지하 1층은 폐점을 앞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한층 역력했다. 정중앙에 마련된 ‘홈/리빙 최종 마감전’ 코너에는 해당 층의 쇼핑객 대부분이 모여 있었다. 여기서는 ‘코렐’과 ‘마리메꼬’, ‘아티스티나’ 등 식기 및 리빙용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중이었다.
하지만 지하 1층의 양쪽을 차지하는 서점 ‘북스리브로’와 식료품을 파는 슈퍼마켓의 매대는 이미 상당수가 비어 있었다. 텅 빈 책장과 상품 진열장은 음산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쇼핑객보다 책장의 책을 비우는 점원이 더 분주했다. 서점 점원은 “일부 책은 새로 오픈하는 분당점으로 보내지고, 나머지는 출판사로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식료품 코너 역시 전체 매장의 절반이 통째로 비어 있다. 과일 등 일부 신선식품은 판매하고 있지만, 음료수와 과자 등 공산품의 대부분은 선반에서 치워진 상태다.
상품들이 인근 점포로 뿔뿔이 흩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화점 점원들도 이동 배치를 앞두고 있다. 총 20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한 이 백화점 근무 인원은 1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패션업체나 제조업체 등에서 파견된 직원으로 본사 정책에 따라 인근 백화점이나 점포 등으로 이동한다. AK플라자에서 직접 고용한 인원은 관리직 등 50여 명으로 이들 또한 AK플라자 수원점이나 분당점, AK&(앤) 등으로 재배치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율적으로 퇴사를 결정하는 이들도 있다. 지하 1층에서 근무하는 한 점원은 “이제 쉴 때가 됐죠. 집에서 손자나 보렵니다”라고 말했다. 육아용품점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점원은 “인근 점포가 전부 지방이라 출퇴근이 힘들어 이젠 다른 일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AK플라자 구로본점은 1993년 설립된 애경그룹의 첫번째 백화점이었지만, 계속된 적자로 26년 만인 31일 문을 닫는다. 이에 따라 애경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은 없다. 대신 미래 성장 기반인 NSC(Neighborhood Shopping Center)형 쇼핑몰 AK&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AK&은 홍대점을 비롯해 기흥과 세종 등 총 3곳을 운영 중이며 2022년까지 총 8개 매장이 목표다.
하지만 AK플라자 구로 본점을 대신할 새 주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백화점 용도로 세워진 건물인 만큼 대형 유통업체가 인수하거나 임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에서 거론하는 곳은 롯데아울렛과 이랜드, 엔터식스 등이다.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유엠씨펨코리테일은 현재 이 중 2곳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