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우리는 영상이 매우 가까운 시대에 살고 있다. 3살짜리 어린 아이도 엄마한테 유튜브를 보여달라고 해서 원하는 영상을 맘껏 시청할 수 있을 만큼.
보는 것뿐만 아니라 만드는 것도 너무 편리해졌다. 대단한 편집기술이 들어간 양질의 영상까지는 무리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눈앞의 상황을 누구나 영상으로 남길 수 있게끔 카메라 달린 스마트폰 하나쯤은 대부분이 소유한 시대다.
오늘은 그렇게까지 영상이 가깝지는 않았던 시대에 영상을 접하던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TV와 함께 필수품이었던 VTR
80~90년대 영상을 시청하던 방법은 역시 비디오테이프다. 그렇게까지 오래된 일이 아니다 보니 이게 뭔지에 대한 설명이 길게 필요하진 않을 듯하다.
그래도 간략히 설명해보자면, 80~90년대 비디오테이프가 상용화되고 난 이후,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나 TV에서 방영한 만화 등은 비디오테이프라는 저장매체에 담겨 다시 판매됐다. 음질과 화질이 원 상영본보다 훨씬 떨어졌지만, 그렇게라도 볼 수 있는 게 감지덕지한 일이었다.
비디오테이프로 영상을 감상하려면 집집마다 위의 사진과 같은 VTR(비디오테이프 리코더, Videotape Recorder)라는 기기를 따로 장만하고 있어야 했다.
위 사진의 제품은 1984년 즈음 시판되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삼성 프론트로딩 VTR’라는 기기다. 사진 가운데 보면 ‘테이프는 앞에서 넣고, TV는 위에 올려놓고’라고 적혀있다. ‘아니 그럼 테이프를 앞에서 넣지, 뒤에서 넣나?’하고 무슨 소린가 싶으신 분들이 있을 수 있다.
아래 다른 VTR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원래 기존의 VTR에 비디오테이프를 넣으려면 ‘상단의 뚜껑을 열고 위에서’ 집어넣어야 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생각해보면 참으로 불편하기 그지없는 구동 방식이다. VTR를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해선 VTR 위에 아무것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 광고에서 가장 저렴한 VTR가 57만5000원, 가장 비싼 VTR가 80만 원이다. 1984년의 가격표가 이렇다. 상당히 비싼 가격이지만, 왠만한 집에 필수품으로 있어야 하는 가전기기이기도 했다.
이게 또, 잘 고장 나기도 했다. VTR는 내부에 달린 헤드가 비디오테이프의 필름을 읽어 비디오를 재생한다. 그런데 헤드가 오염되거나 이물질이 끼면 재생이 잘 안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럴 땐 ‘쾌청’이란 제품으로 유명한 ‘헤드 클리너용’ 비디오테이프를 넣어서 VTR의 헤드를 청소해야 했다. 여러모로 까다로운 영상 시청 방법이었다.
◇보는 것만큼, 찍기도 쉽지 않았던 시대
비디오를 사서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고 대체로 대여점에서 빌려봤다. 만화책 대여점이 만화책 시장 형성을 교란했다고 평가 받는 것과 달리, 비디오테이프는 애초에 대여점 비치를 목적으로 제작‧판매되는 상품이었다. 영화나 만화는 이미 극장 상영과 TV 방영으로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만큼, 비디오 판매는 부가적 수입에 그쳤기 때문이다.
보는 것만 해도 VTR를 사고, 주기적으로 VTR를 청소해주고, 대여점에 가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오고, 연체하지 않게 반납하고 해야 한다. 이런 시절에 영상을 촬영한다는 건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비디오를 촬영하려면 정말 이렇게 촬영기기 전문 대여점이 필요했다. 영상 시청기기와 촬영기기가 스마트폰으로 일체화된 지금과 달리, 당시는 촬영하려면 값비싼 캠코더를 따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지금 정말 축복받은 영상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