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도입 후 탄력근무 정착
흐트러짐 없는 정장과 단정한 넥타이로 그려지던 증권가 이미지는 추억으로 남겨야 할 듯하다. 근무시간과 복장이 이전보다 자유로워지면서 여의도는 젊음을 띠는 거리로 바뀌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증권사들의 탄력 및 유연근무제가 정착하고 있다. 근무시간이 초과하면 알람이 울리거나,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물론, 밤 10시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 퇴근을 허용하는 등 근무 환경이 유연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근 시간만큼이나 복장 분위기도 이전보다 자유로워졌다. 다수의 증권사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캐주얼한 비즈니스 정장을, 금요일에는 완전 사복을 허용하고 있다.
KB증권과 하나금융투자, 유안타증권 등은 넥타이를 매지 않는 비즈니스 캐주얼이 가능하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 KTB투자증권은 하절기에 한해 노타이, 반소매 와이셔츠를 입을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과 현대차증권, SK증권의 경우 깃 없는 면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까지 착용할 수 있다. 다만 고객을 응대하는 지점이나 영업부서의 경우에는 제외된다.
한 증권사 직원은 “사실 반바지나 염색·파마도 가능할 정도로 유연한 분위기지만 시도해보진 않았다”며 “비즈니스 품위를 훼손하지 않고 너무 튀지 않는다면 복장은 자유롭다”고 말했다.
사내동호회도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보드나 서핑, 스킨스쿠버, 스키, 축구 등 스포츠 활동을 비롯해 와인, 봉사활동, 맛집 탐방 등의 동호회도 이전보다 활발해졌다.
업무 면에서도 젊은 변화가 눈에 띈다. 리서치센터가 매일 작성하는 투자 보고서도 실험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어서와~ 흥국에프엔비는 처음이지?’, ‘건설-나는 유노윤호다’. ‘어차피 우승은 식자재!’, ‘트노스의 End Game’ 등 파격적인 제목의 보고서가 두드러지고 있다.
유튜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배우 황인혜가 해외주식 관련 콘텐츠를 연재 중이다. 대신증권도 ‘을지로 김 대리’ 타이틀의 웹드라마를 제작해 직장인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투자잼잇슈’, 키움증권도 ‘주린이의 주식이야기’ 등을 운영 중이다. 친근하고 젊은 증권사의 이미지를 주기 위한 목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령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근무 제도를 도입하는 등 여러 시험을 하고 있다”며 “근무와 업무가 유연해지면서 전통 증권사의 이미지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