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부정 출제 의혹이 제기된 공인회계사 2차 시험의 2개 문항을 모두 정답 처리하고, 해당 출제위원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부정 출제 의혹이 명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수험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혹이 불거진 2문제는 정답 처리했다. 이에 회계감사 부분 합격자는 10명이 늘었다.
28일 금융감독원은 공인회계사 시험위원회를 개최해 2차 시험 관련 부정출제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와 정답처리 방안 등을 심의하고, 2019년도 제54회 공인회계사시험 합격자를 1009명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정 출제 의혹은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2차 시험 회계감사 과목 관련해 A 대학교의 고시반 모의고사와 두 문제가 유사하다며 부정 출제 의혹을 제기한 글이 게재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과목의 2개 문항이 A대 모의고사 문항과 유사하게 출제됐다는 게 요지로, A대에서 실시한 특강에서 특강자가 출제될 2차 시험 문제와 출제위원 등 시험 관련 정보를 언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의혹이 제기되자 금감원은 곧바로 출제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는지 조사를 했다.
◇ 부정 출제 정황 포착…출제위원은 부인= 이날 금감원은 회계감사 시험 부정 출제 의혹에 대해 관련 정황을 확인했으며, 해당 출제위원을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박권추 금감원 회계 전문심의위원은 백 브리핑에서 “해당 문제 출제위원이 출제장 입소 전에 모의고사 출제자로부터 A 대학 모의고사(회계감사 과목)를 직접 전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라며 “다만, 해당 문항의 2차 시험문제 출제위원은 A대 모의고사를 참고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어 향후 수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전직 출제위원 특강자, 시험문제 유출로 보기 어려워= 한편, A대 특강 시 시험 정보 관련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시험문제 유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강자료가 구체적 문제형식이 아닌 전반적인 유형을 다루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만, 특강자는 2018년 당시 시험결과 발표전에 출제위원이었던 사실을 누설하는 등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서약서상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어 이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문심의위원은 “향후 녹취파일을 입수해 사실이 확인되면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논란의 2문제, 만점 처리…최종 합격자 달라지지 않아 = 박권추 전문심의위원은 “시험위원회는 모의고사와 실제 시험에 출제된 2개 문항 간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동일·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에 수사 등을 통해 모든 사실관계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그 사이 수험생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제가 된 2개 문항 모두 정답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2개 문항 배점이 총 3점으로 낮고,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아 정답률이 높았다”면서 “정답처리에 따른 올해 2차 시험 합격자 영향은 최종 합격자 수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2 의견을 묻는 문항의 배점은 1점이었는데, 응시생의 평균 점수는 0.73점이었고, 감사인 선정 주체 관련 문제는 배점은 2점이었으나 평균 점수는 1.58점으로 정답률이 높은 편이었다.
◇ 금감원 “유사사례 재발 방지 노력”= 금융감독원은 공인회계사 시험의 신뢰성 및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문심의위원은 “과목당 출제위원 수를 확대하고 출제 및 선정 업무를 분리하는 등 절차를 재정비하겠다”며 “한정된 출제위원 인력 풀을 확충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면서 출제위원 소속대학 모의고사 입수 등 시험 문제 유사성 검증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시험관리 관련 개선방안에 따라 ‘2차 시험문제 이의신청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는 1차 시험문제에 대해서 이의제기할 수 있었지만, 2차 시험문제가 서술 및 약술형이라는 점을 고려해 향후 이의신청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시험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등 예산이나 법규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향후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중장기 개선방안도 별도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