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 ‘이전투구’…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

입력 2019-08-3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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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침해 이어 특허 침해 소송으로…대화의 문은 열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관련 소송전이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LG화학이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뒤 SK이노베이션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국내 법원에 건 데 이어 ‘특허 침해’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특히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침해 소송의 대상을 경쟁사인 LG화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LG전자까지 포함하면서 소송전은 그룹 차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생산된 배터리 셀을 들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서산배터리 공장 연구원. (사진 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LG화학 배터리 상당수 특허 침해” =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용 배터리 등 2차전자 사업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LG화학과 미국 자회사인 LG화학 미시건, LG전자를 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로 결정,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직접적인 경쟁사가 아닌 LG전자를 특허소송에 포함했다. LG전자가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해 특정 자동차 회사 등에 판매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소 제기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핵심기술과 사업가치를 보호하는 차원의 결정이라며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보복 대응이라는 데는 선을 그었다.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뒤부터 국내 기업간 발전적 경쟁을 바라는 경영진의 뜻에 따라 원만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피소 4개월 만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특허 내용을 추후 공개할 수 있지만 LG화학이 내용도 밝히지 않고 제소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일축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배터리 중 상당 제품이 특허 침해 소송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에서 패할 시 LG화학과 LG전자가 손해 배상 등 금전적 부담은 물론이고 이 방식을 기반으로 수주한 제품의 공급중단 등 배터리 사업 자체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이번 제소는 LG화학이 4월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건과는 무관한 핵심기술 및 지적재산 보호를 위한 정당한 소송”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국내 기업간 선의 경쟁을 통한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국민적인 바람과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보류해 오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화학 전지 R&D 연구원 (자료제공=LG화학)

◇LG화학 “특허수 14배 앞서…본질 이해 못한 불필요한 소송”=SK이노베이션의 이번 소 제기에 LG화학은 “불필요한 소송”이라고 일축했다.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특허가 14배 앞선 상황에서 이번 제소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제기한 것일 뿐이라는 것.

LG화학은 이날 “정당한 권리 보호를 위해 제기한 ITC 소송이 관련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인 가운데 경쟁사에서 소송에 대한 불안감 및 국면 전환을 노리고 불필요한 특허 침해 제소를 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이번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통해 사안의 본질을 인지하고 제기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LG화학은 “1990년대 초반부터 2차전지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혁신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국내외에서 평가받고 있다”라며 “구체적으로 LG화학의 특허건수는 1만6685건인데 반해 경쟁사는 1135건으로으로 양사간 14배 이상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개발비만 보더라도 LG화학은 지난해 전지분야에만 3000억 원 이상, 총 1조 원 이상을 투자했으나 경쟁사는 2300억원(2018년 사업보고서 기준)에 불과한 수준으로 양사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다양한 노력을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LG화학은 “그동안 경쟁사로부터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대화제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을 계기로 경쟁사의 영업비밀 침해를 비롯해 특허 침해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LG화학은 “그간 여러 상황을 고려해 ITC 영업비밀 침해소송 제기 이외에 경쟁사를 대상으로 한 자사의 특허권 주장은 자제해 왔다”라면서 “하지만 이번 특허 침해 제소와 같은 본질을 호도하는 경쟁사의 행위가 계속된다면, 경쟁사가 제기한 소송이 근거 없음을 밝히는 것을 넘어, 자사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조만간 법적 조치까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LG-SK, 대화의 벽 높아…배터리 산업 침체도 ‘우려’=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전을 둘러싸고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LG화학은 “만약 경쟁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이에 따른 보상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임을 밝힌다”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정당한 권리 및 사업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송에 까지 왔지만, LG화학과 LG전자는 소송 상대방 이전에 국민적인 바람인 국민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 의미가 더 크며 이것이 SK 경영진의 생각”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잘못의 인정과 사과’를 전제로 한 만큼 현실적으로 대화의 벽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글로벌 톱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국내 배터리 산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산업 중 몇 안되게 글로벌 톱 경쟁력을 가진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끼리 소송전은 기업은 물론 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라며 “최근 일본 수출 규제에 따라 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고 중국 등 후발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력을 빠른 속도로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소송전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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