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도 인정한 ‘R의 공포’..추가 금리 인하 시사

입력 2019-09-01 18:00수정 2019-09-0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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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방문구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 삽입..성장률하향·디플레우려 일축, 10월 대세론 제동

(한국은행)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경기침체(리세션·Recession) 가능성, 소위 ‘R의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음을 사실상 인정하고 나섰다. 이는 추가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성장률 하향조정 가능성과, 일각에서 제기한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하면서 추가 인하 시점을 가늠킨 어려워졌다.

지난달 30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행 1.50%로 동결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는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 소위 R의 공포라고 하는 것이 부쩍 늘어난 게 작금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한일 경제전쟁에 더해 영국의 합의없는 유럽연합(EU) 탈퇴(하드 브렉시트) 가능성, 일부 유로존 국가의 포퓰리즘 정책, 사실상 디폴트에 빠진 아르헨티나, 홍콩 시위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는 한은이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이하 통방)’ 자료 곳곳에도 묻어난다. 세계경제 성장세에 대한 판단이 기존 ‘완만해지는 움직임’에서 ‘둔화’로 바뀌었고, 지난달 ‘성장세 둔화’로 진단했던 국내경제도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R의 공포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환율전쟁 등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려있는 모습이다. 실제 조동철·신인석 위원은 이날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연합뉴스)
통방에서도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란 문구가 추가됐다. 이는 2017년 1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당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문구와 유사하다. 7월 금리인하에 이어 이같은 문구를 삽입한 것은 추가 금리인하 의지를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다만 다수 전문가들의 전망과 달리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10월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예단하긴 어려워 보인다. 당장 한은은 올해 2.2% 성장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이란 문구가 2.2% 성장률의 하향조정을 시사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우리 경제에 성장률 달성을 어렵게 하는 대외리스크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망을 수치로 수정할 상황은 아직은 아니다”고 답했다. ‘전망경로의 불확실’ 문구는 7월 경제전망 하향조정에 앞선 5월 금통위 통방에 등장한 바 있다. 7월 통방엔 전망치 하향조정으로 삭제됐었다.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부인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두 달 또는 두세 달 정도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기저효과 영향이 상당히 크다. 연말쯤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보여 아직 디플레이션까지 우려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하반기에 더욱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2명의 (인하) 소수의견이 있었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성장률 하락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10월 금통위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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