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SK, GS, 한화 등 정부와 채권단이 원했던 대기업 그룹이 결국 불참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당국이 올해 매각 성사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이번에 매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나의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한 관계자는 3일 매각 절차에 대해 “예비입찰 참여자만 본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어디까지나 일반론이지 무조건 그렇게 진행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원매자들도 다음에 본입찰 등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예비입찰 이후로도 대기업 그룹이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히면 참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당국과 채권단에서는 ‘연내 매각’에 방점을 찍고 이를 성사하기 위한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고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만약 기대에 못 미치는 참여자들만을 대상으로 인수를 진행하다 유찰된다면, 다시 처음부터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라면서도 “그렇게 되면 올해 매각이 힘들 수 있는데 정부와 당국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올해 안에 매각을 끝내려는 분위기라 예외적 상황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와 당국에서는 대기업 그룹이 아시아나를 사들이기를 바랐지만, 최근 들어 기조가 다소 바뀐 것으로도 알려졌다. 관련 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정부는 여전히 SK나 한화, GS 등이 사기를 바라면서도, 최근 들어 ‘정 안 되면 펀드에라도 팔아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항공법 소관 부처인 국토부 담당자에게서 ‘엄청나게 큰 하자가 있지 않은 한 반대 의견을 개진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예비입찰에 참여한 KCGI나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대기업 그룹의 차선책으로서 물망에 오른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인수에 대한 KCGI의 의지가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KCGI의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KCGI의 아시아나 인수 담당자는 대한항공 지분 매입을 총괄했던 사람”이라며 “강성부 KCGI 대표가 단순히 지분 차익 실현이 아니라, 아시아나 경영 자체에 깊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으로 관건은 항공업계의 업황과 이에 따른 아시아나의 몸값 변화다. 채권단 관계자는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나 매각이 흥행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면서도 “최근 들어 미·중 무역 분쟁 심화에 더해 일본과의 관계 악화 등으로 상황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채권단 내부적으로도 흥행에 실패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지난달쯤부터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아시아나가 중점으로 삼고 있는 대중, 대일 노선이 축소했고, 실적 악화도 현실화했다. 아시아나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1169억 원에 달했다. 대한항공도 2분기 986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항공업계 전반적인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아시아나의 몸값을 2조 원 정도로 추산한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시간은 원매자의 편”이라며 “한동안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