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은 해외사업 수익성 개선에 도움… 유가 하락은 변수
3일 오후 2시3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16.20원으로 지난 6월 28일 1155.50원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2달 사이 5.25%가 넘게 올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100원 근처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4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8월 들어서는 1200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이어진 데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도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처럼 원화가 약세 국면에 접어들면서 건설업계에서는 일단 수주에 유리해 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해외건설 수주전에서 중국·유럽 건설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건설사들은 입찰 경쟁에서 5% 싼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사업 수주 뿐만 아니라 전체 사업 기간의 환율도 사업의 수익성을 결정한다. 요즘처럼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수익성이 커질 수 있다.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순자산이 약 3300억 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는 공사금액이 많은 해외 현장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우건설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는 경우 세전이익이 약 202억 원 줄고 GS건설 역시 원·달러 환율이 5% 오르는 경우 세전이익이 23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가격 경쟁력이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엔화와 유로화 등 다른 나라의 환율도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최근 원화가 유독 평가절하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는 측면이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율 하락이 무조건적으로 건설사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플랜트 공종 등에서는 공사 전에 핵심 장치들을 먼저 계약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간에 환율이 움직이면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엔화와 유로화 등도 동반 하락할 경우 국내 건설사만 유리하다고 보긴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으로 국제 유가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건설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유가가 하락할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발주 물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국제 유가 흐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들이 기존 해외 수주액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90~100달러 수준까지 오르거나 배럴당 70달러를 1분기 이상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더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는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불확실성과 수요 둔화 우려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미-중 관계가 추가 악화될 경우, 당사가 제시한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 국제 유가 하단인 배럴당 50달러가 깨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