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요즈음 ‘조국’이라는 발음의 단어를 참 많이 듣는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각종 의혹들을 쏟아내는 사람들로 인하여 연일 뜨거운 뉴스로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TV건 신문이건 SNS건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도배가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개인의 인명 조국(曺國)과 보통명사 ‘조국’의 발음이 같다 보니 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이라는 고유명사와 보통명사를 잘 활용하여 “문 대통령은 본인만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의 조국을 버렸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보통명사 ‘조국’은 ‘조국(祖國)’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할아버지 조’, ‘나라 국’이라고 훈독한다. “먼 할아버지 즉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아온 나라”를 조국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祖國은 국내에 살고 있는 사람, 보다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조상 때부터 지금까지 국적을 가져온 사람이 사용하는 말이다. 이에 대해, ‘어미 모(母)’를 쓰는 모국(母國)은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이 자기 나라를 일컫는 말”이다. 어떤 사정에 의해서 나라가 분리되었을 경우에는 “따로 떨어져 나간 나라의 입장에서 본국을 일컫는 말”도 모국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母國은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이 사용하는 말이다. 물론, 국내에 산다고 해서 모국이라는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거나 외국에 사는 동포라고 해서 조국이라는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도 어머니 배에서 태어나듯이 이 땅에서 태어났으니 모국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고,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도 조상은 대대로 한국에서 살았을 테니 조국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보다 더 엄밀하게 분류를 하자면 조국은 국내에서 사는 사람에게, 모국은 외국에서 사는 동포에게 더 합당하다. 조국도 모국도 다 눈물이 나도록 소중한 개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曺國)을 위하여 온 국민의 조국(祖國)을 버리지는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