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들 유통바이오부 기자
2014년 옥중에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이란 저서까지 낸 최 회장은 지속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해왔다. 그런 그가 출석 요구를 받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하루 전날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중국 충칭에서 열린 정부 주관 박람회 ‘2019 스마트 차이나 엑스포’ 일정과 겹쳐서였다. 함께 출석 요구를 받은 장영신 애경 회장도 불출석했다. 장 회장의 불출석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 회장과 장 회장은 기업 총수로서 어떠한 방식이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 의혹과 관련해 일말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소비자 주권을 강화한 징벌적 손해배상에 적극 나서는 것도 한 사례일 수 있다.
청문회 현장에는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와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이 대신 나와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물론 이 사과조차도 8년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거나, 재발 방지, 피해자 구제 대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민 다수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만큼 사회적 가치를 갖는 일은 없다. 기업이 아무리 CSR(사회적 책임)와 CSV(공유가치 창출)를 강화한다고 한들 이 같은 진실 규명에 소홀한 태도로는 '외화내빈'에 그칠 뿐이다.
“쥐들이 다 폐사했습니다. 이대로면 가습기 살균제는 대한민국 안방에 살인마가 될 겁니다.” 최근 방영된 SBS 드라마 ‘닥터탐정’ 속 대사다. 이 사회고발 메디컬 수사극은 픽션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23일 기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6509명, 이 중 143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제는 기업 총수가 직접 나서 게임 체인저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