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4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연기를 정부에 요구하는 법안을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법안은 찬성 327, 반대 299로 통과됐다. 10월 19일까지 새로운 브렉시트 방안이 영국 의회에서 승인되지 않으면 10월 말에서 2020년 1월 말로 연기를 EU에 신청하도록 정부에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이제 상원에서 다시 논의돼 수정을 거쳐 다시 하원의 승인을 받는다. 법안이 성립하려면 양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후 ‘여왕의 재가’까지 떨어지면 정식 법률로 효력을 지니게 된다.
존슨 총리는 즉각 하원 해산과 조기 총선 개최를 위한 동의안을 상정하고, 10월 15일 총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10월 31일에 EU를 떠날 것”이라며 국민의 신의를 물을 총선을 제안했다. 그러나 조기 총선 동의안은 298 대 56으로 부결됐다. 의회법 상 조기 총선을 하려면 하원 전체 650석의 3분의 2인 434명이 동의해야 하지만 야당 의원 대부분이 기권하면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는 “우리는 현 정권을 퇴진시키고자 총선을 바라는 것”이라며 “이번 총선 제안은 백설공주에게 건네진 독이 든 사과 같은 것이다. 총리가 제안한 건 사과도 총선도 아니고, 합의 없는 이탈이라는 독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예정대로 10월 말 EU를 떠나겠다는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어 정부와 의회의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정을 잘 아는 여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존슨 총리가 9일 총선 개최 동의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보수당의 비공개 회의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유일한 길은 의회 해산과 총선인 이상 선거 캠페인을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존슨 총리의 계획은 큰 도박이다. 2년 전 당시 테리사 메이 총리도 압도적인 승리를 기대하고 의회 해산과 총선을 단행했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과반 의석을 잃고 영국을 전례없는 정치 혼란에 빠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