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노동자 인권 단체 ‘차이나레이버워치(CLW)’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애플과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이 아이폰 생산공장에서 파견 근로자를 초과 고용하는 등 중국 노동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8월 시점에 중국 정저우에 있는 폭스콘 공장의 파견 근로자 비중이 50%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국노동법은 그 규모가 1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50%의 파견 근로자 가운데는 학생 인턴도 포함돼 있는데, 8월 말 현재 이들 대부분이 학교로 돌아가 비중이 30%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국 노동법 위반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CLW는 평가했다.
CLW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조사원들을 해당 공장에 투입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CLW는 2000년 설립된 비영리 기구로,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대규모 다국적 기업에 장난감, 신발, 전자제품 등을 납품하는 중국 공장을 상대로 근로 환경 등을 조사한다.
CLW는 보고서에서 “애플이 협력사의 근로 환경 개선에 힘써야 할 책무가 있지만 무역 전쟁으로 발생한 비용을 협력사에 전가시켜왔다”면서 “이들은 다시 중국인 노동자를 착취해 이익을 얻어왔다”고 비난했다.
애플과 폭스콘은 CLW의 보고서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내용에 대해 의문점이 있다고 밝혔으나 파견 근로자의 기준 초과는 인정했다.
애플은 성명을 발표하고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다뤄져야 한다”면서 “파견 근로자의 기준 초과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폭스콘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폭스콘도 “운영평가를 통해 해당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초과 근무는 자발적으로 이뤄졌지만 이 또한 회사 가이드 라인과는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애플 협력업체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한 비판이 수년간 계속돼왔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협력사에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이들은 생산물량을 맞추는 데 혈안이 돼왔다는 분석이다. 폭스콘의 경우, 수만 명의 파견 근로자를 고용해 매년 연말 쇼핑시즌 주문량을 맞춰왔다. 2017년 말에는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애플은 매년 근로 환경과 관련해 협력사의 책임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지난해는 4만4000명의 노동자를 인터뷰해 교육 여부, 불만 접수 등에 관해 평가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발표 행사를 하루 앞두고 중국에서 이 보고서가 발표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원래 아이폰 신제품은 연말 쇼핑시즌을 겨냥해 발표가 되고, 그만큼 사전 주문도 쏟아지는데, 하청업체들이 이번 보고서를 의식해 인력 확보 등에 차질을 빚으면 신제품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는 애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애플은 10일 오전 10시 본사의 스티브잡스극장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연다. 올해는 신형 아이폰뿐 아니라 올가을부터 시작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요금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