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추석 명절은 ‘명절로 쇠고 있는 가을 저녁’ 즉 ‘한가위’를 이르는 말이다. 요즈음이야 추석 명절을 이용하여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원래 추석 명절에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성묘’였다. 성묘는 ‘省墓’라고 쓰며 각 글자는 ‘살필 성’, ‘무덤 묘’이다. 조상의 분묘(墳墓 墳:무덤 분)가 행여 지난여름 장마에 무너지지나 않았는지 혹은 야생동물들이 파헤치지는 않았는지, 우거진 잡초에 묻히지나 않았는지 등을 살펴 돌보는 것이 곧 성묘인 것이다. ‘省’은 살핀다는 뜻으로 사용할 때는 ‘성’으로 발음하고, 생략(省略)한다는 뜻으로 사용할 때는 ‘생’으로 발음한다.
조상께 효도하는 것을 모든 행동의 근본으로 여기며 강조하는 유가의 이념에 따르면 조상의 묘를 돌보는 성묘야말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묘에 난 잡초를 베어내는 벌초(伐草 伐:칠 벌)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조상에 대해서는 무척 죄송한 일이었고, 주변에 대해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핵가족 시대 심지어는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효의 가치가 후순위로 밀리게 되자 성묘의 의미는 크게 퇴색하여 요즈음에는 성묘 대신 해외여행을 택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죽음 특히 조상의 죽음부터 애도하고 추모하는 마음이 절실할수록 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은 물론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깊이 인식하게 되어 생명 경시의 풍조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엔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서마저도 ‘어차피 당할 일’로 의식하며 절실한 슬픔이 없는 장례를 치르다 보니 사회에 생명 경시의 풍조가 만연하고 세상은 갈수록 살벌해지는 것 같다.
공자의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고 한다. “죽은 사람이 먹지도 알지도 못할 텐데 제사는 왜 지내며 성묘는 왜 하느냐?”고.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제사나 성묘는 죽은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우리의 생명 존엄을 위한 일이다”라고.